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상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듣는 분이 관음보살님이시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관조하여 헤아리고 살피는 분이 바로 관음보살님이시다.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관음보살님에게서는 누구라도 다 포용하고 있는 넉넉함이 있다.
해동 용궁사.
부산의 바닷가에 있는 절이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예전의 절은 전쟁으로 인해 소실되었고 지금의 절은 30 여 년 전 에 새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어 그 절묘함이 더 하다. 자연과 절이 하나가 되어 있어 찾는 이의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해수관음상은 강원도의 낙사사와 남해의 보리임이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주를 감싸 안고 있는 부처님의 은혜가 빛을 발하고 있다. 두 곳에 모셔져 있는 관음보살님 못지않게 이곳 관세음 보살님도 우뚝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 있으면 은은함이 온 몸에 배어들고 있다. 세상이 충만으로 넘쳐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 해가 멀어지고 있는 12월에 관세음보살님 앞에서 내 안을 들여다본다. 한 해 동안 나에게 덕을 베푼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되살아난다.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다. 그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어려움 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무엇 하나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모두가 아름다운 분들이다. 그 분들이 있어 세상이 빛날 수 있었고 그 분들의 활기찬 활동이 있었기에 넉넉해질 수 있었다. 인색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앞섰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려하지 않고 나누어 주려는 마음이 넘쳐났기에 세상은 향기로 그윽해질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하였을까. 아름다운 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한 일이 무엇일까.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발버둥을 치면서 뛰어다녔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한 일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올 한 해도 욕심을 채우려고 몸부림을 치다 끝나버렸다.
손오공이 날고 뛰어보았자 부처님의 손바닥 안이라고 하였던가. 해수 관음상 앞에서 욕심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한정되어 있는 생명이다. 탐욕의 결과들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체험하였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음이 넘쳐나기 때문이리라. 다가오는 내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살아야겠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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