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의 언양에는 수정 동굴 폐광을 활용한 놀이터가 있다. 굴 안에 분수가 솟고 방사선 모양으로 뚫려져 있는 굴들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굴의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갖가지 전시품들이 반겨준다. 고대 이집트의 유물 모양을 만들어 놓았는가 하면 수정을 캐고 있는 인형 전시물 그리고 많은 조각품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좁은 굴을 따라 들어가니 석굴암의 부처님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굴은 넓고 웅장하였다. 그 안에 작은 공연장이 있어 정기적으로 공연까지 하고 있었다. 중국 교예단의 곡예 모습이 시선을 잡았다. 어린 소녀들이 접시돌리기를 하는 데, 그 모습이 절묘하다. 거기에다 오고무를 치는 분의 유연하고 빠른 손놀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였다. 굴의 광활함을 통해 수정을 채굴할 때에는 얼마나 어마어마하였겠는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굴 세계의 특징은 어둠이다. 빛과 단절됨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 세상에서 살다보면 빛의 고마움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동굴에 들어오니 빛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빛의 소중함을 깨닫게 됨으로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굴 밖으로 나오니 햇볕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굴에 들어갈 때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해님을 얼굴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산 위에는 운무가 펼쳐지고 있었다. 산 능성에 길게 드리워진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습은 주변의 풍광을 우뚝하게 만들어준다.

구름 따라 흘러가는 세월.
햇살과 어우러진 운무를 바라보게 되니, 멀어지는 2006 년에 대한 감회가 새로워진다. 2006년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드니, 마음이 텅 비어버린다. 허전함을 주체할 수가 없다. 테레샤 수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을 보내는 것과 같다.” 성인의 말씀과 구름이 겹쳐지니, 많은 생각이 일어난다.

여행의 맛은 여러 가지다. 설레는 기쁨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처연해지는 마음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어둠의 세상에서 밖으로 나와 만나게 되는 햇살이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도 여행의 멋이지만, 삶의 관조를 통해서 허무와 허전함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맛이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움을 즐길 수 있어 여행은 언제나 즐거워질 수 있다. 내일을 위한 힘을 충전할 수 있어 좋다.

좁은 연못 안에서 유연하게 헤엄을 치고 있는 향어의 모습에서 여유를 본다. 답답해하거나 유연해 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좁은 곳을 좁다고 느끼거나 좁은 곳을 좁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문제는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 낮은 곳으로 향하고, 낯설고 어설픈 여인숙에서 보내는 체험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된다.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