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눈이 내렸다. 갑작스럽게 내린 눈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하얀 눈만 보면 폴짝폴짝 뛰던 때가 있었다.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어 밖으로 뛰쳐나가곤 하였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즐겁다는 마음보다는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이 그리 가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내린 눈으로 자동차들이 엉금엄금 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었다.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초라해진 내 모습을 스스로 비웃으면서 조롱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오전을 그렇게 보냈다. 흘려가고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집을 나섰다. 눈 덮인 덕진 공원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들은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원 안에 들어서니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사람들의 모습에는 즐거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하얀 눈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러운 마음이 왠지 마음을 처연하게 만든다.

하얀 눈이 공원 안의 세상을 새롭게 바뀌어 놓았다. 겨울옷으로 가라 입은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자연의 경외감을 세삼 실감할 수 있다. 호수의 물과 하얀 눈이 쌓인 나무가 어우러져 우뚝하다.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오게 하는 빼어난 풍광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은 보석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에 지난 한해의 일들이 겹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내 안에서 웃고 있다. 아픔을 준 사람도 있고 고통을 가져다 준 사람도 있다. 또 즐거움을 준 사람도 있고 만나서 행복해질 수 있었던 사람도 있다. 일년을 보내면서 喜怒哀樂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 사람들이다.

그 분들이 존재함으로서 나의 생활이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 고뇌와 슬픔도 결국은 삶의 깊이를 더하게 해주는 요소가 되었다.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짐으로서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과정들을 통해 극복하고 인내함으로서 한 해를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다.

하얀 눈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다. 일년 동안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함께한 사람들이 모두 다 내 가슴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새겨진 그분들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것이다. 가슴에 뜨겁게 자리하고 있으니, 영원할 것이다.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공원에서 하얀 눈을 바라보며 감동을 느낀다. 세월 따라 삶에 대한 감흥이 줄어드는 나 자신의 퇴화를 잠시라도 막을 수 있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짐으로 절감하게 되는 나이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하얀 눈은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눈으로 장식된 풍광을 통해 젊음의 활기를 얻을 수 있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