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가 무기력해 보인다. 비단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문제만을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은 애당초 현재처럼 국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정도의 국민저항조차 고려하지 않고 해당 정책을 추진했을 리 만무하다. 다만 한 가지 이것도 어쩌면 청와대의 전략일 수 있는 데, 바로 둘 중의 하나를 성공시키려는 ‘희생전략’이 그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최고 정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이라는 두 프로젝트는 애초 모두 강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었고 받을 것이 뻔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박진영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취했다.

여기에는 치밀한 사전 준비 부족에 따른 영향 또한 있다. 사실 두 사업 모두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없었다는 점을 이명박 정부는 시인해야 한다. 바로 집권 일정상 그것을 준비할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탓이다.

한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우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아류로서 그 기초 작업임을 제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이외로 거셌다. 이와 더불어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 문제 역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추진할 일이었으나 이명박 정부가 굳이 그 시점을 앞당긴 것은 바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만이라도 꼭 실행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개입된 탓일 것이다.
즉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 문제를 제기해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분산 시킨 후 본래 목적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만이라도 빠르게 진행시킨다는 복안이 그것이다.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

사실 국회와 국민이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론에 휩싸여 갈팡질팡할 때 정부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사업을 기공하는 등 실행에 적극 나섰다. 이렇게 보면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문제를 놓고 정부가 애초 의도했던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안을 만들어 놓고 보니 정부로서도 사실 욕심이 더 난다.

세종시는 애초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하기로 모든 입법과정을 마치고 이미 약 15% 가량 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이나, 이명박 정부는 이를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 건설하기로 하고 원안수정을 위한 입법(기존의 세종시법을 개정하는)절차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에 주력했고, 이제 그 같은 여론을 토대로 당론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청와대의 기획의도대로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 문제가 매듭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일 청와대의 의도대로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 문제를 매듭짓지 못할 경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행보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나의 분석처럼 청와대가 애초 둘 중 하나만이라도 성공시키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면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은 그 동안 비용만을 발생시킨 채 무산되고 만다.

따라서 이제 청와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능력을 발휘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희생할 것이 있다면 과감한 희생을 통해 세종시 건설 원안수정을 달성해야 한다. 그 대안이 바로 박근혜 의원과 청와대가 ‘큰 딜’에 나서는 것이다. 앞서 말한 ‘큰 딜’이란 바로 한나라당의 당권을 박근혜 의원에게 확실하게 보장하는 안이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은 이 안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점이 현재 정부, 특히 청와대나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이다. 박근혜 의원을 이리하지도 저리할 수도 없는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이 현재 집권당인 한나라당이며, 청와대인 셈이다. 결국 현재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을 위해서 청와대나 한나라당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안은 역시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뿐이다.

20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