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는 지난 연말 전국을 강타했던 기습 한파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지만 1일 바다를 타고 강화도로 불어오는 칼바람은 여전히 매섭기만 했다.

하지만 강화도 ○○소초를 지키는 해병대2사단 장병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는 겨울바람을 무색게 할 정도다. 이들은 북한군의 활동은 물론 전마선을 관측하고 주야간으로 북한 땅을 가장 근접해서 볼 수 있는 장비 휴미트도 수시로 활용해 적성이 느껴지는 사물을 확인해야 한다.

도심의 수은주가 영하를 맴돌 때 이곳의 체감온도는 영하 40도를 향해 내리꽂힌다. 강원도 첩첩산중 최전방의 추위 못잖다. 튼실한 나무 한 그루 없는 소초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속절없이 몸으로 막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기온이면 스키파카에 핫패드·방한화·방한두건·방한장갑까지 갖춰도 여전히 춥다.

하지만 살을 저밀 듯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장병들의 자세에서 흐트러진 구석을 찾기 힘든 것은 이들이 해병대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 소초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최접적지역을 책임지역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북쪽을 향한 경계근무자의 눈초리가 잠시도 느슨해질 틈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속적인 병영 개선과 보급 확대로 먹고 지내는 부분은 많이 개선됐지만 외로움만은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장병들이 이곳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추위지만 하루 종일 민간인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민통선 내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체감온도를 더욱 낮게 만든다. 하지만 새해 아침 땅을 박차고 떠오른 태양은 이들에게도 똑같이 희망과 기대를 안겨 준다.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서대휴(21) 병장은 “올해는 내게 큰 전환점이 되는 해”라며 “제대 후 장래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앞으로의 미래를 잘 헤쳐 나가게 해 달라는 새해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서병장과 함께 경계근무에 나선 왕인철(21) 상병은 “밤낮이 바뀌고 반복되는 생활이 힘들 때도 있지만 올 한 해 모든 부대원들이 건강하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