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어린이날이라 엄마랑 아빠랑 놀이동산도 가고 싶고, 맛있는 음식점도 가고 싶지만 괜찮아요! 친구들이랑 좋은 추억도 만들고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도울 수 있어서요."

가정의 달인 5월. 그 중 어린이날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이다. 그런데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 앞 야외광장에 모인 어린이들은보다 특별한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책이며 학용품, 옷은 물론 다가올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직접 만든 카네이션도 팔고 있었다. 바로 아름다운 가게가 주최한 제8회 전국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떼 쫑쫑쫑’이다.

행사가 열린 김대중 컨벤션센터 야외광장의 모습.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2003년 이후 매년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7살짜리 어린이부터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있는 가족이 참여해 재사용이 가능한 옷, 장난감, 책 등을 판다. 그리고 판매 수익의 50% 이상을 자율기부한다.아름다운 가게에선 기부금 전액을 장애어린이를 지원하는데 사용한다.

이 날 행사를 총 담당하던 아름다운 가게 매니저 신예정씨는 “아이들이 어린이날을 맞이해 가장 손쉽게 장애어린이 친구를 도울 수 있는 나눔의 장”이라며 “아이들이 안 쓰는 물건을 팔고 사면서 재사용습관을 기를 수 있고, 자신들이 직접 가게 주인이 되기에 시장원리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재사용 습관을 심어주고,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예요. 광주 지역에선 기부금의 전액을 난치병 아동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광주 지역에선 2005년부터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데, 첫해에는 모자가정 및 몸이 좋지 않은 장애 어린이들에게 400여만원을 지원했다. 이듬해에는 뇌병변 1급 장애 어린이 2명과 뇌종양으로 힘들어하는 어린이, 그리고지체1급 장애인 어린이에게 270만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매년 300만원씩 지원해왔다.

“노트 한 권에 200원, 책은 600원이예요!”
엄마의 권유로 참여했다는 유촌초등학교 박예림양(12)과 김윤지양(11). 이들은 “장사를 처음 해보는데 무척 재밌다”며 “오늘 우리가 번 돈이 장애인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예림양과 김윤지양이 학용품을 팔고 있는 모습.

학교에서 공지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신청한 어린이들도 있었다. 조봉초등학교 3학년 친구정민서, 정서영, 박윤정양(10)은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어 참 좋다”며 “내가 안 쓰는 물건들을 다른 친구들이 쓴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조봉초등학교 정민서, 정서영, 박윤정 어린이가 자신들이 팔 물건을 들고 있다.

조은일군(9)은 형의 추천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 조군은 “내가 직접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며 물건을 파니 신기하고 재밌다”며 “잠시 후 다른 친구에게 가서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매할 것”이라 말했다.

광림초등학교 윤철환, 양우진군(12)은 자신들이 읽지 않은 만화책과 옷을 팔고 있었다. 이들은“학교에서 장애 어린이들에 대한 비디오를 시청했는데, 보면서 가슴이 찡했다”며 “이들을 돕고 싶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직접 돈을 벌어보니 솔직히 힘들기도 하다”며 “부모님께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로서 뿌듯해요”
아이들과 함께 목청을 높이며 물건을 팔던 최은정씨(40·여)는 “아이들이 직접 가격을 정하며 물건을 팔기에 돈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자리”라며 “조금이라도 경제원리를 알려주기 위해 참가했는데, 이 행사를 통해 기부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이런 마음 하나하나가 모이면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이다.

아들이 물건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던 정환욱씨(42)는 “아이들이 물건을 파는 모습을 보니 자신들의 의사표현을 활발히 잘하더라”며 “누군가에게 베푸는 즐거움을 아이들이 배웠으면 한다”고 전했다.

4년째 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이인진씨(38)는“불우이웃도 돕고, 아이들이 경제관념도 배우는 것 같다”며 “어렵게 사는 장애우들이 많은 만큼 이런 자리가 보다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희망의 캡슐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이 날 행사에서는 어린이 벼룩시장 외에 다른 기부활동도 할 수 있었다. 바로 ‘희망의 캡슐 넣기’였다. 아름다운 가게 봉선점 설지애씨는 “희망의 캡슐을 통한 수익금도 모아 장애 아동돕기에 활용하고 있다”며 “기부캡슐이 쌓일수록 희망도 쌓인다”고 말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노란 종이에 스탬프를 찍은 후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그리고 캡슐에 그 종이와 기부금액을 동봉하면 된다.
 

아이들이 희망캡슐에 쪽지와 돈을 넣고 있다.

나흥신씨(32)는 “아이들이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차별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며 기부했다”고 말했다.

운리중학교 정현지양(15)은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를 도우니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물건을 사는 것도 일석이조이지요”
아들과 함께 행사에 구경나온 박명례씨(40·여)는 “좋은 취지의 행사이기에 구경하러 왔다”며 “아이들의 점퍼를 샀는데, 값도 싸고 질도 좋다”며 만족했다.

인형과 책, 신발을 싸게 샀다며 직접 보여주던 유촌초등학교 조아라양(12)도 무척 만족한 모습이었다. 조양은 “내년에도 이 행사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군(16)도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내가지불한 돈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뿌듯하다”며 “기부의 즐거움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시간에 걸친 이 날의 행사로모인 금액은 300여만원이었다.행사가 끝날 무렵이 되자 참가한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어린이날 어린이가 중심이 된 뜻 깊은 행사. 참여한 어린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장애어린이 친구들에게도 닿길 바란다.

정책기자 전지연(대학생) shinhs091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