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초반 이후 tv문화가 발달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한국 분장, 분장 전문 서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분장재료도 분장사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시절에 강대영교수는 분장실습생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오직 분자일을 하거 싶다는 뜨거운 열망 하나만으로 선배들의 어깨 너머로 하나씩 깨치며 걸어 온 길이 어언 40년, 그동안 강교수는 한국 분장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다. 한국 분장사의 산증인, 한국 분장계의 대부는 늘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지만 늘 중간이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하루 19시잔을 일하면서도 짧게만 느끼는 강교수의 일상은 분장에서 시작해 분장으로 마무리 된다. 가능한 많은 이들을 만나 캐릭터를 연구하고 체득하여 분장에 적용시킨다.
현실생활에서 인간은 그가 살아가는 시대적 상황이나 직업 , 민족적 특성, 연령, 성격, 건강, 사회적 환경등에 따라 외적인 모습이 다르듯 극중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연기자는 극 속에서 현실이 자기를 버리고 극중 인물로 다시 태어나야하는 데 그 환생을 돕는 것이 분장사의 역할이다.
연기자의 특성을 살리면서 배역에 어우리는 분장을 하기 위해서 분장사는 연기자의 성격이나 습관 ,생활, 내면의 가치관 등에 대해 어느 주구보다 잘 꿰뚫고 있다. 이는 훌륭한 분장사를 가늠하는 잣대와도 직결되어 있어 연기자와 분장사 사이를 바늘과 실의 관계로 이름 짓는다.
연기자에게 배역이 주어지는 그 순간부터 이미 분장 작업이 시작된다. 연기자를 극중 인물로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기 위해 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격, 그 속에서 연기자의 역할을 분석해 피부색에서부터 주름살 하나까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다. “분장 작업을 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기술적 측면보다 분장을 디자인하는 작업”이었으며 그 어려움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한다. 분장 디자인을 건물 설계도와 견주며 연출자, 연기자, 각 스텝진이 모여 공동의 지혜를 모아 완성시킨 캐릭터를 정교하게 디자인하여 이미지화 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작업이 맡겨지면 자타가 공인하는 강 교수의 무기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발레리나 강수지의 발이나 축구 선수 박지성의 발 못지않게 성실함과 열정의 시간이 만들어 낸 마술사의 손을 가진 강 교수, 어떠한 경우라도 시간에 쫓겨 대충 분장하는 작업 방식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작품을 손에 들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연출자는 어떤 의도와 기법으로 연출하려는지, 배역을 맡은 연기자는 또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를 면밀히 파악해 분장작업계획표를 만든다. 분장 작업 계획표 없이 창조적 분장은 이뤄지기 힘들다며 시간을 집중 투자하여 계획표작성이 완성되면 강 교수의 마술적인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왕자, 사랑에 굶주린 왕, 천하의 익살꾼등으로 이미지화 되어 극중 인물로 생생하게 등장하면 관객은 이내 강 교수 창조물의 포로가 되어 버린다.
영화 ‘왕이 남자’ ‘디워’‘초록물고기’등 30여편, 고연 ‘햄릿’‘에쿠우스’‘마술피리’등 700여편,그 외에도 방송, 공연,영화,CF,패션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강 교수가 곧 한국 분장계의 살아있는 역사란 등식을 성립시키게 된, 40년 동안 한결같이 한 분야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강 교수가 곧 한국 분장계의 살아있는 역사란 등식을 성립시키게 된, 40년 동안 한결같이 한 분야에 종사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던지는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분장은 답이 없는 직업입니다. 답을 찾아 늘 탐색하고 연구해왔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삶의 철학입니다. 이 철학 하나를 붙들고 처음 분장은 사람을 앞에 두고 하는 일인 만큼 사람 좋아하고 일 좋아하기를 주문한다.
사막에 나무를 심듯 척박한 분장 현실을 헤쳐 온 그는 후배분장인들은 첨단 시설을 갖춘 제대로 된 교육환경에서 전문 분장인으로 육성되기를 바랬다. 1988년 한국분장연구소 설립, 90년 한국프로덕션 설립, 92년 한국분장 아카데미 개원으로 이어지는 결과물은 그 바람의 산물이다.
한국분장의 미개척지를 일에 대한 사랑과 끈기로 줄기차게 탐험해온 그는 이제 휴식에 대한 계획을 짤 법도 한데 , 한국분장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이미 수 십년 동안 자료를 모아왔다며 책자에서부터 각종 분장 재료가 가지런한 진열장으로 안내한다. 현재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분장 박물관이 강 교수의 손에서 태동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의 외진 곳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분장차를 만들어 분장재료를 싣고 전국의 고아원, 양로원을 찾아다니며 봉사할 계획을 밝힌다. 강 교수의 손에서 어린이는 그날 하루 왕자와 공주로 탄생하고, 어르신들은 가버린 젊은 시절 한때의 가장 멋진 모습으로 되돌아가본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냐며 생각만으로도 흐뭇한지 미소 지어 보인다.
한국분장의 거장으로 우뚝 선 강 교수, 그를 따라다니는 숱한 수식어를 차치하고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게 만드는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어린아이 같은 미소가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든 원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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