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서부사무소장 황정걸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엘 존슨 (Samuel Johnson, 1709년 ~ 1784년)은 "자연에서 등을 돌리는 것은 결국 우리 행복에서 등을 돌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으로 시작된 개발과 자연의 파괴는 자연생태계의 큰 멍울로 돌아올 뿐 아니라 결국 인간 그 자체의 생존권도 위협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존권에 대한 위협은 전 세계적인 자구 노력으로 이어졌고 “탄소배출권” 시장을 형성해냈다. 탄소배출권(炭素排出權, CERs : certified emission reductions)이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이중 가장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교토의정서 가입국들은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 정도 감축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외부에서 구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가별로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량이 배정되면 일정 기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이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나라는 에너지 절감 등 기술개발로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배출량이 적어 여유분의 배출권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로부터터 그 권리를 사서 해결해야 한다. CERs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발급하며, 발급된 CERs은 시장에서 상품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종류에는 AAUs(교토의정서의 감축의무국의 국가할당량), EUAs(EU ETS(유럽연합 배출권거래체제)에서 정한 할당량), CERs(CDM(청정개발체제)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 ERUs(JI(공동이행제도)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 RMUs(교토의정서의 감축의무국의 조림사업 등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량) 등이 있다.

숲이나 조림지는 온실가스를 흡수, 정화할 수 있어 탄소배출권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일정한 기준에 맞는 조림사업을 한 나라는 인센티브로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더 확보하거나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할 권한을 다른 나라나 기업에 팔 수 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는 나무를 많이 심는 나라도 배출권을 팔수 있어 계약만으로 수익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에서의 숲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립공원의 숲은 우리나라의 15,727여 종의 동·식물(국립공원통계자로, 2009.12.31 기준)이 서식하는 생물자다양성의 보고이며, 특유의 아름다운 자태로 일상에 지친 많은 탐방객들의 쉼터이자 생태관광의 공간이다.

그러나 해상국립공원의 경우 일부 유·무인도에 무분별하게 방목된 가축으로 인해 섬지역의 자연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다. 이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서부사무소는 2009년부터 환경부로부터 받은 추경예산으로 “도서 녹색 숲 복원사업”을 시작하였다.

도서 녹색 숲 복원사업은 크게 방목가축구제, 훼손지 수목식재, 경관저해시설 철거, 사후관리를 위한 묘포장 조성 및 운영, 복원지역 표지석 설치의 사업으로 나눠진다. 그간 1,219마리의 방목가축을 구제하고, 27.302ha, 55,100주의 수목을 식재하였으며, 5개 지역 8동의 경관저해시설을 철거한 후 수목을 식재하여 자연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꾸준한 사후관리를 위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묘포장을 조성해 묘목을 식재 및 관리 중이다.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13,693명의 지역주민의 소득원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의 소중함을 마음으로 느끼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그 가치를 금전적으로 매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우리가 가진 소중한 숲이 우리를 더욱 풍요롭게 살게 할 소중한 자원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