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나이 따라 그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월요일인가 하고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목요일이 되어 있다. 조급한 마음이 그 속도에 힘을 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멀어지는 시간을 잡을 수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지나간 과거가 안타깝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달렸다. 호수엔 잔설이 남아 있다. 07년 1월 10일의 전북 김제시 오리 방죽에는 청둥오리들이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나목들의 모습 또한 걱정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가지 위에 남아 있는 하얀 눈과 함께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출렁이는 물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호수와 어우러진 주변의 나목들은 구족한 상태였다. 부족한 것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파란 하늘의 축복 속에서 완벽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자체로서 원융하다.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다. 있어야 할 곳에 서 있고 비어 두어야 할 곳은 어김없이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나목은 명상을 하고 있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서 우주를 관찰하고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고 있었다. 우주 너머 무엇이 있을까를 보고 나가 누구인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공간의 본질이 비어 있음을 보고 있고 시간의 속성 또한 비어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본래 空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명상.

  탁닛한은 명상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수행이라고 하였던가. 나를 들여다보고 나의 본 모습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하였다. 나를 바로 보게 되면 자비심이 생기고 본성을 알 수 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호수의 표면은 본질이 아니라 지나가는 현상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얀 눈이 남아 있는 나목의 모습에서 명상을 생각한다. 나목은 이미 모든 것을 깨달은 부처처럼 보인다. 명상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원리를 꿰뚫고 있었다. 가속도가 붙은 시간의 흐름 따위에는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오직 지금 그리고 여기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목과 호수를 바라보면서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실감한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걱정하는 것은 사실은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었다. 찾아오지도 않은 내일을 앞당겨서 걱정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가장 소중한 지금 여기에는 마음을 두지 못하였기에 모든 고뇌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오리 방죽이란 이름은 그 옛날 도선 국사가 예언을 하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호수가 아니었을 때 이곳이 오리 방죽이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시간과 공간이 비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호수를 뒤로 하고 달리면서 한결 편안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런 방황은 결국 나 자신도 비어 있음을 알아차릴 때까지 계속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