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눈먼 돈’으로 지적 받았던 지자체들의 업무추진비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의해 공개 됐다.

지난해 강서․양천․구로․영등포․금천구청장들의 업무추진비가 공개됐다. 그러나 업무추진비로 사용된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없거나, 대부분 구청 직원들의 경조사비로 쓰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1월~12월까지 서울시 25개구 구청장들이 업무추진비로 지출한 내역을 각 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18일 공개했다.

이를 살펴보면 현금으로 쓸 수 있는 7천만원 가운데 양천구청장은 2천4백90만원을 지출해 서울서남권중에서 가장 많이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천구가 밝힌 사용내역은 기관운영에 따른 필요성경비로 부서 및 직원격려, 경조사비 명목이다. 그러나 누구에게, 얼마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정보공개센터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강서구청장이 2천4백50만원을, 금천구청장은 1천9백15만원을 사용했다. 영등포구청장과와 구로구청장은 각각 8백35만원과 5백85만원을 사용해 비교적 지출 금액이 적었다.

서울시 25개구 구청장 가운데 지출이 가장 많았던 곳은 동대문구청장으로 지난해 5천7백10만원을 사용했다. 양천구청장은 2천9백15만원을 사용한 서초구에 이에 4위, 강서구청장은 6위다. 5위는 2천5백45만을 지출한 송파구다.

구청장들의 업무추진비가 논란이 되는 것은 7천만원에 달하는 돈의 사용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무분별하게 쓰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지자체의 ‘눈먼 돈’, ‘쌈짓돈’으로 비판하고 있다.

실제 정보공개센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구청장들의 업무추진비 대부분은 구청 직원들의 경조사비로 사용됐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구청에서 정확한 사용내역 공개를 꺼렸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감시가 없어 영수증보관 등을 구청에서 소홀히 한 탓에 구청에서도 정확한 사용처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보공개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 23일 “25개구를 상대로 현금처리 일시, 현금 처리 사유, 수령자 신분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부분의 기관이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에서 업무추진비의 현금지출은 직원들의 격려금과 경조사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영수증을 책정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렇게 해오고 있었다”고 구청 관계자가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추진비로 룸살롱가고, 물건을 사는 등의 문제가 나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면서 “한해에 수천만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누구에게 얼마의 돈을 썼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알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감시하려해도 구청에서는 ‘관행적’이라며 제대로 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구청의 태도에 쓴 소리를 가했다.

한편, 업무추진비 논란이 끊이지 않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업무추진비를 부당 집행한 사례가 적발되면 이듬해 적발된 금액의 최고 5배까지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내용의 ‘2011년도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안을 마련했다.

천원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