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출발할 때에는 설렘으로 인해 피곤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그렇지 않다. 알게 모르게 스며든 피로들이 누적되어 온 몸이 귀찮아진다.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고 뭔가에 기대하고 싶어진다. 이럴 때 고속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휴게소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야 ! 외로운 영웅이네.”

  88 고속도로에 경남 합천에 있는 휴게소였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눈을 잡는 것이 있었다. 나무 꼭대기에 새 한 마리가 외롭게 앉아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강렬한 이미지를 표출해내고 있었다. 그 것은 분명 그리움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 기운을 확연하게 감지할 수 있다.

  나무 밑에는 까치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다정함을 과시하는 새도 있었고, 토라져서 몸을 획 돌리며 콧방귀를 뀌고 있는 것들도 있다.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나도 모르게 살금살금 그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함께 여행 중인 집사람 생각은 잠시 잊어버렸다.

  까치들의 모습은 다양하였다. 그들의 다양한 행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새들도 사람과 똑같다. 미워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화를 참지 못하고 방방 뜨고 있는 모습이 그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형상이 사람과 다르다고 하여 다를 것이 없었다.

  까치들의 다양한 몸짓을 통해서 그리움이 커진다. 돌아다 볼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힘과 열정이 넘쳐나고 있었다면 그리움 따위는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월에 삭혀져버린 지금은 그 것을 부러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젊은이가 가질 수 없는 그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은 좋은 점이 많다. 마음을 여유로운 공간에 맡겨놓을 수 있다. 서두를 이유가 없으니, 얼마나 느긋한가. 조급해진다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니, 그럴 이유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새들의 다양한 동작 하나하나에서 그리움의 특성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새들은 삶을 즐길 줄 안다는 생각이 든다.

  “갑시다.”

  “저기 봐. 새들이 동행하고 있잖아.”

  사라진 버린 나를 한참 찾아다며 다가오는 아내에게 새들 쪽을 가리켰다. 두 마리의 새가 그리움을 반추하는 표정을 하고서 관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의견 일치를 보았다는 듯이 동행의 걸음을 시작하고 있었다.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여행의 피로 또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온 몸에 전해지는 피로도 감미로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