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 마지막 날인 19일 김종훈 수석대표는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었으나, 상품과 금융 등 분야에서는 상호 유연성을 발휘해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핵심 쟁점 분야에 대해 커틀러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커틀러 대표가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에 돌아가서 숙제를 잘 해 내 주기 바란다”고 말해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분야에서도 합의 도출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도출됐음을 시사했다.
▲ 한미FTA 협상 김종훈 수석대표가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6차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 대표는 “7차 협상까지 남은 기간동안 풀어야할 게 많다”며 “숙제를 하고 다시 만났을 때 유연하고 절충에 가까운 게 나올 수 있다면 협상의 전반적인 진전에 모멘텀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며 “커틀러 대표가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해 보겠다고 했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7차 협상은 다음달 11일부터 14일까지 워싱턴DC에서 갖기로 양측은 합의했으며, 김 대표는 향후 협상 전망과 관련 “7차에서 타결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법개정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는 무역구제 분야의 경우 “6차 협상에서 새로운 제안을 주고 받지는 않았다. 조금만 기달려 달라”며 실질적 진전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김 대표는 금융서비스 분야와 관련 “원칙적으로 국책금융기관은 협정 적용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상업적으로 경쟁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미국 측 주장이 있어 좀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방송통신 분야에 대해서는 “치열한 협상에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서비스 유보안이 명료화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와 방송통신 융합 부분에 대한 개방 기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지했다”며 “양측 간 절충안을 만드는데 상당히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쟁점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투자자-정부 제소 분야에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과 조세 정책은 예외로 명기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측은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국회에 보고한 협상전략이 유출된 것과 관련 "협상 일선에 있는 대표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머리를 정리하고 마음을 굳게 가져야될 부분이 있는데 엉뚱한 데 신경쓰고 시간도 많이 뺐겼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김종훈 대표와의 일문일답 요지
-6차 협상의 전반적 진척상황은.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었으나 상품, 금융 등 여타 분야에서는 상호 유연성을 발휘해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상품분야 진전사항은. ▲미국이 자동차에 대해 개선된 입장을 보여주지 않아 양허안 전체로는 큰 진전이 없었으나 미국이 457개 품목(수입액 18억9000만달러 상당)을, 한국이 569개 품목(수입액 14억2000만달러 상당)의 품목을 관세 즉시철폐 대상으로 전환하고 기타 품목의 50%를 10년내 철폐대상으로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고위급 회동을 가진 섬유분야는 어떻게 진전됐나. ▲지난해 12월 협의에서 우리 측은 미국이 5년내 모든 섬유품목의 관세를 철폐해줄 것과 원사기준(원사생산지로 원산지 판정) 완화를 요구했고 미국은 섬유 세이프가드와 우회수출 방지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이 섬유 양허안 개선을 위한 검토작업을 끝내지 못해 우리측 관심품목 중심으로 한 양허수준 논의와 협정문상 미국측 관심사항의 문안협의를 진행했다.
섬유 세이프가드는 완전한 합의가 아직 없다. 다만 섬유 세이프가드는 일반 세이프가드의 연장선으로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의견절충이 어렵지 않으나 발동기간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
-투자자-국가소송(ISD) 문제의 주요쟁점에서 의견이 좁혀졌다는데. ▲ISD에서 당사자의 의견제출이나 영어 외 한국어도 공용어로 한다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ISD의 대상인) 간접수용에서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과 조세정책을 예외로 명기해야 한다는 우리 측 주장에 대해 아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측이 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
-국책금융기관의 FTA 적용배제 문제는. ▲국책금융기관은 배제되야 한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며 미국 측도 동의했으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미국 측이 계속 시중은행과 상업적 경쟁을 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산은과 기은은 협정적용이 된다는 전제하에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쇠고기 뼛조각 문제와 관련해 전수검사에서 뼈있는 것은 돌려보내고 아닌 것은 먹으면 된다고 전날 이야기했는데 정부가 그렇게 나가겠다는 것인지. ▲이것은 한미FTA의 의제가 아니고 제가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제 개인의견이다. 양국간 쇠고기 관련 합의문에 '뼈'는 있지만 여기에 조각이 포함되느냐에는 양측 간 이견이 있다. 우리는 엄격하게 해석하지만 미국 측은 뼛조각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산물 양허안은 어떤 진전이 있나. ▲6차 협상에서는 500여개 대상품목을 한 번 ？어보는 형태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미 말한대로 민감품목에서는 합의를 이룰 수 있을 만큼 되지 않고 있다. 덜 민감한 품목은 구체적이지 않고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할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민감한 분과에서 고위급 회담이 열렸는데 협정타결을 위해 더 높은 수준의 교섭이 있어야 하는지. ▲모든 통상협상이 그렇지만 대표단에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재량으로 풀 수 없는 부분은 급을 격상해 논의하게 된다. 그러나 대표단 차원에서 아직 할 것이 많으며 (수위 격상의)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종국적으로 고위급 협의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7차 협상에서 타결 가능성은. ▲6차에서는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지만 5차보다 당연히 진전이 있다. 그러나 7차 협상에서 타결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등에서 김 대표는 진전이 없었다고 짤막하게 말했지만 커틀러는 새로운 강렬한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는데. ▲무역구제, 자동차 등은 현안으로 등장한 쟁점으로 분과가 열리지 않았지만 쟁점을 풀기 위해 수석대표 간 잦은 접촉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저나 커틀러 대표나 책임지고 해결할 수 없다. 가정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해결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협상의 우여곡절을 모두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 다만 커틀러가 아주 긍정적인 입장이나 자세를 보이는 것은 환영한다.
-방송.통신 등 서비스의 논의상황은. ▲방송.통신에서 치열한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미국이 서비스분야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통신의 외국인 지분제한과 방송.통신 융합임이 감지된다. 방통융합은 새롭게 등장할 산업분야라 양측간에 절충안을 만들려면 상당히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유출된 협상전략이 또 보도됐다. 입장은. ▲비공개로 작성한 문서가 유출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협상일선에 있는 정부 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이 나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이 끝내 무역구제법 개정을 못한다고 고수해도 3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용의가 있나. ▲무역구제문제는 계속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안 될 때는 그 때 가서 이야기 해야겠다.
-자동차 등 핵심 이슈의 진전이 없다고 했는데 의견차가 커 합의가 어려운 수준인가. ▲7차 협상까지 3주간 우리와 미국 측이 해야 할 숙제, 서로 간에 풀어야 할 것이 많다.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이 우선순위가 높은 숙제지만 이것이 풀린다고 다 풀리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만났을 때 유연하고 절충 가능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면 그게 협상전반의 진전을 위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커틀러 대표가 적극적, 긍정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고 했으니 기대하면서 기다려보겠다.
-커틀러 대표가 숙제를 잘 해오기 바란다고 했는데 그 숙제에 무역구제 수정안이 들어가 있나. ▲무역구제에서 새로운 제안은 조금 기다려 달라. 6차 협상에서는 주고받은 제안이 없다.
-민주당 변수의 동향은. ▲노동이나 자동차 분야에서 민주당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견은 많았는데 6차까지 두 분야에서 특별한 제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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