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 비상이 걸렸다. 야구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농협의 현대 유니콘스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비상 시국이 됐다.
다행히 범 현대그룹 쪽에서 야구단 유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뜻을 비치고 있어 파국은 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가에서 다시 야구단 운영의 뜻이 있다고 해도 차제에 야구판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현재와 같은 현대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제2의 야구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안인 도시연고제 및 전면 드래프트 등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야구계의 주장이다.
이번 현대 사태는 비단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기 때문에 야구계 인사들은 '지금이 기회'라며 각종 불합리한 제도들을 개선하자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현대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농협이 막판 인수 포기를 선언한 배경 중에는 일부 구단들의 견제 움직임과 균형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도시연고제, 전면드래프트) 등에 대해 확실한 지지 반응이 나오지 않은 데 못내 섭섭했던 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쪽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야구인들은 물론 야구계 전체가 두 손을 들어 환영을 해줘도 될까말까 한 상황에서 일부 견제 등 미지근한 반응에 농협 관계자들이 섭섭해했다”며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물론 야구계의 미지근한 환영은 인수 보류에 대한 농협측의 궁색한 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참에 야구판을 키우고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야구계 전체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야구계도 반성을 하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비단 농협의 현대 인수 포기 사태와는 상관없이 선결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 시급한 처지인 것이다.
현재와 같은 난제들(만성 적자, 연고지 및 드래프트, FA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2의 야구 발전을 꾀하기는 힘들다. 제2의 쌍방울, 현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야구계 전체가 발벗고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의식있는 야구인들은 “야구단이 해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들을 개선해서 야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며 현재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야구단과 야구인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하나둘씩 문을 닫는 구단들이 생겨난다면 살아남은 구단들도 존재의 이유가 없어질 수 있는 위기다. 야구가 발전해야 야구단도 있고 야구인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처럼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야구계 전체가 힘을 모으면 극복 못할 일도 아니다. ‘나만 생각하는’ 구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전체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승적으로 임한다면 분명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그래야만 8구단 체제를 넘어 9, 10구단 창단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프로야구는 창설 후 25년을 국내 모든 스포츠 중 최고 인기 종목으로 버텨온 저력이 있지 않은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제2의 도약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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