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비다.”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밖을 내다보지 않았을 때에는 감도 잡지 못하였다.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어 있는 것은 아직 날이 밝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집사람은 다르다. 부지런하고 변화에 민감하였다. 비를 확인하고는 감탄사를 터뜨리는 것이다. 소리에 확인하니, 분면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봄비

  봄비는 봄을 재촉한다. 겨울동안 잠들어 있는 만물을 깨우는 것이다. 긴긴 시간을 깊은 곳에서 안주하고 있는 생명들을 부르는 것이다. 그 소리는 요란해서는 안 된다. 더욱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르지 않는 듯 불러야 시나브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영혼을 두드려야 효과적인 것이다.

  봄비의 지혜로움에 감동한다.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아무리 깊이 잠들어 있어도 깨어나라는 손짓을 놓치지 않게 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힘은 봄비의 배려와 사랑에서 나오고 있다. 잠자고 있는 생명들이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힘

  빨리빨리 병에 걸려 있어 서두르는 것이 아예 몸에 배어 버렸다. 차분하게 생각하게 되면, 그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이 되어질 정도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어버리고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잘못된 습성은 무엇이든 충격 지향적이다. 가볍게 자극을 받게 되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무디어져 있는 것이다.

  자꾸자꾸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급기야 상대방이 깜짝 놀랄게 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집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악다구니 쓰는 소리로 변해 있었다.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호통을 치듯이 하고 있었다. 큰 소리에 놀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동자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

  가정에는 양극이 공존한다. 집안을 그득 채우는 큰 소리가 울리든가, 아니면 침묵이다. 강한 자극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예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아이들과 아빠의 사이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바로 집사람이다. 단절을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면서 잘못을 깨닫게 된다. 충격을 받을 만큼의 강한 자극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나브로 변화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가르쳐준다. 이슬이 맺히는 봄비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본다.

	새 세상

  초록의 세상으로 바꿔야 하겠다. 유연함으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야 하겠다. 말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그런 즐거움을 만들어야 하겠다. 눈빛만 보아도 그대로 전해지는 신나는 우리집을 만들어야 하겠다. 봄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봄 세상처럼 웃음꽃이 넘치는 그런 집을 만들어야 하겠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