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동물원에 가요.”

  “동물원?”

  중학교 2 학년에 올라가는 막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아이는 토요일에 봄 방학을 시작하였다. 일요일(07년 2월 11일)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 일도 없었으니, 아이의 청도 들어주는 일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약속이 있다고 하니, 막내와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섰다.

  방 안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날씨가 제법 쌀쌀하였다. 허무하게 물러서기에는 아무래도 편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엊그제까지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이더니, 겨울이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끝에 삭풍의 매서움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옷깃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전주 동물원.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하고 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추워서 찾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동물원 입구에는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입장료를 내기 위하여 서 있는 줄이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나만이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이기구들이 파란 하늘 위로 돌아가고 있었고 새들은 즐겁게 지저귀고 있었다. 널따란 동물원에는 봄이 내려앉아 있었다.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겨울 내내 답답하였던 마음을 털어버리기 위하여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활기찬 동물들의 모습에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호랑이의 모습이나 여우의 눈동자에서 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왜 동물원을 찾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겨울 동안의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함이다. 분주하게 활동하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함이었다. 겨울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구석에는 풀꽃들이 피어 있었다. 남색의 앙증맞은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작은 모습이 우주의 신비가 숨겨져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봄이 왔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봄을 한 아름 안겨주고 있었다. 무거운 겨울을 털어버리기에는 동물원만큼 좋은 것은 없다.

  추위가 발붙일 곳이 없다. 동물들의 활기찬 모습에서는 힘을 느낄 수 있고, 활짝  피어난 풀에서는 화사함이 넘쳐나고 있다. 막내는 신이 났는지 구석구석을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마음도 가벼워진다. 일요일 오후 전주 동물원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새 출발을 위해 동물원은 아주 적당한 곳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