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대북정책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이산가족 상봉이다.
분단 이후, 이산가족 문제는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1985년 9월 서울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을 제외하고는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남북대화가 이념적·정치적 관점에서 이뤄졌다. 이산가족 문제해결도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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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이후 2006년 6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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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이산가족 문제에도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왔다. 남과 북이 ‘6.15 공동성명’을 통해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합의가 이루어진 2000년 이후 현재까지 14차례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되었다.
상봉행사를 통해 남북의 2,988 가족(14,470명)이 50년 이상 떨어져 있던 혈육을 찾아 재회했다. (2006.6월 기준) 분단 50년 만에 얻은 실질적인 성과였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된 것 중 하나는 상설 면회소 건설이다. 이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6.15 공동선언 이후 2002년까지, 국내·외적 환경변화와 면회소의 규모 등의 걸림돌에 걸려 표류하고 있었다.
2003년 11월, 정부는 우리측이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을 책임지는 방식을 제시했고, 북측도 이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2005년 8월 31일, 이산가족면회소 착공은 그동안 염원했던 이산가족 상봉의 제도화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2005년부터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위해 화상을 통한 간접상봉도 시작되었다. 기존 대면상봉은 가족 수에 제한이 있었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은 상봉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다소나마 해결한 것이 화상상봉이다. 2005년 8.15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시범 실시된 화상상봉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사업은 상봉시간 확대, 개별상봉의 확대 등 질적 변화도 가져왔다. 1985년 상호방문 당시의 상봉시간보다 2배 정도 더 시간을 확보해 가족간에 혈육의 정을 나눌 시간을 늘렸다. 이 역시 이산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다.
이산가족 문제에는 납북자 문제도 포함된다. 남북관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납북자 문제’는 6.15 정상회담 이후 장관급회담과 적십자회담에서 지속적으로 우리측이 제기해 온 문제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남북적십자 회담과 4월 장관급 회담에서 전기가 마련됐다.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한 부분이다. 북측이 ‘납북자’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완강히 부인해온 사안을 북측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생사확인과 상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납북자 91명에 대한 생사확인을 시도했다. 그 결과, 15명의 생존을 확인했으며, 17가족이 상봉하는 기회도 마련할 수 있었다. 고교 재학 중 납북된 김영남(45) 씨는 제14차 남북 이산가족 특별상봉에서 어머니와 누나를 만났다. 납북경위와 몇 가지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남북간 납북자 문제 해결에 진일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지난 7월부터 다시 소원해졌다.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우리측이 쌀·비료지원을 유보한 것을 두고, 북한이 예정돼 있던 상봉행사를 취소하고 면회소 건설인력 철수 조치 등 이산가족 관련 사업이 중단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여러 번의 이산가족상봉을 이끌어냈고, 남과 북의 접점을 찾는데 노력해 왔다. 그러나 1천만 이산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이 멀다. 게다가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해외교포의 이산가족 상봉도 과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중단된 이산가족상봉이 시급히 재개되어야 한다. 이산가족 1세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라도 빨리 이산의 아픔을 치유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인도적인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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