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은 그 곳에 있었다. 변함없는 얼굴로 변하지 않은 채로 그래도 있었다. 마음을 울적하여 찾아도 같은 모습으로 맞이해주고 기뻐서 찾아도 마찬가지다. 늘 같은 마음으로 대해주는 마이산이 그렇게 고맙다. 만약에 일희일비하는 내 마음처럼 변덕스러웠다면 어떠하였을까. 아마도 다시는 찾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이산의 매력은 단조롭다는 데 있다. 다른 산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생긴 모습이 뭉툭하여 단순하다. 하늘에 향해 치솟는 것도 아니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요란한 치장도 하지 않는다. 기쁜 일에 방방 뜨지 않고 슬픈 일에도 무덤덤하다. 무심한 이런 모습이 매력이고 사람의 마음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내 안을 들여다본다. 변화무쌍하다. 어찌 그리도 변덕이 심한지 나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다. 순간에 달라지는 감정들을 주체하기가 어렵다.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그런 세상을 보고는 나 혼자 변하는 것이다. 도대체 마음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할 수는 없는 것인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천면의 나이를 넘어 이제 이순으로 달려가고 있다. 세상의 달고 아름다운 맛은 대충 맛보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무궁무진한 삶의 즐거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 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짐작하는 데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의 잔잔한 물 보다 못하다. 붙박이 수석만은 못해도 수면을 닮을 때도 되었다. 그러나 아니다.

  마음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꼴불견이다. 체우지 못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여 야단법석이다. 보기 싫은 사람을 본다고 참지 못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참지 못한다.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고 온통 부족한 것뿐이다. 만족이란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다.

  마음의 깊은 곳에서 뒤집어 있을 때 마이산을 찾게 되면 진정할 수가 있다. 사랑을 더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마음에는, 거기까지에 만족하라고 속삭인다. 미워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거기까지만 미워하라고 한다. 신이 아니기에 그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사람이기에 얼마든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다독거린다.

  마이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영혼을 생각한다. 욕심이란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가지려 몸부림을 쳐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일 뿐이다. 영혼은 그림자를 버리고 참만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마이산에 앞에 서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이다. 그림자의 허구성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이산을 찾았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