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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누가 부추기나
2007년 02월 16일 (금) 17:49:42 코리아뉴스 phy3623 @ korea.com

   
 
  ▲ 2006년 9월 고분양가 논란 속에 문을 연 파주 운정 신도시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청약인파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과 함께 크게 움직이기 시작해 지난 40년간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공급시차,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향상과 과잉 유동성, 건설경기 부양 유혹, 부동산 투기심리에 무력했던 제도, 정책 미비 등의 요인들에 의해 변동을 겪었다. 과거 집값이 급등할 때는 항상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고 주택공급이 부족했으며 투기로 얻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간 불균형 개발의 결과인 수도권 집중, 핵가족화와 고령화로 인한 도시 가구수 증가 등으로 주택 수요는 공급을 앞질렀지만 주택부족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민간자본에 크게 기댄 주택시장 구조는 주택을 투기대상으로 보는 심리를 키웠다.

지난 40년간 투기억제와 경기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일관성 없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주기적 집값 상승과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줬고, 적절한 대체투자 시장의 미성숙은 자본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

그 동안 부동산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내고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금을 빼돌릴 수 있는 세금탈루와 불투명한 거래의 대명사였다. 공시가격과 실제가격이 따로 놀아 무엇이 진짜 가격인지 알 수 없고, 가격 부풀리기와 이중 계약서가 횡행했다. 편법과 허점투성이 거래 환경은 많은 국민들을 부동산 투기라는 유혹 속으로 끌어들였다.
정부는 지금도 과거 ‘투기시대 패러다임’과 씨름하고 있다. 이는 투기로 병든 우리 부동산 시장을 근본부터 치유하고 정상화하는 힘겨운 과정이다.

‘부동산은 심리다.’ 왜곡된 정보로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부추기면 시장이 동요하게 된다. 이 같은 불안은 결국 가수요와 투기심리를 낳는다.
2006년 하반기의 ‘조바심 수요’에 의한 집값 급등 현상은 부동산 시장의 심리적 요인을 잘 보여준다.

2006년 쌍춘년 고분양가 ‘조바심 파동’

그 해 늦여름, 쌍춘년을 맞아 크게 늘어난 신혼부부 수요와 이사철이 겹치면서 전세물량 부족 현상으로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가 8월 판교 2차 분양에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1800만원대로 책정한데 이어 9월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2배에 가까운 최고 1500만원대로 정하면서 고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공분양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자 파주 운정 신도시에서는 한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매매가의 2배에 이르는 평당 1460만원으로 책정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 업체는 분양가를 평당 평균 1297만원으로 내렸으나, 오히려 고분양가 폭리 주장이 근거 있음을 반증한 셈이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이례적으로 “내년에 파주지역에서 나오는 중대형은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가 적용돼 저렴하게 나오니 해당 아파트 청약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문제의 아파트 청약은 4대 1이 넘는 경쟁률로 전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가격 상승 기대감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였다.

고분양가로 인한 집값 상승의 여파로 그동안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불안감 속에 추격매수에 나서자 오름세는 수도권 전역과 중소형 평형으로까지 확산됐다. 언론은 자고 나면 수천만~수억원씩 호가가 뛰는 아파트 값을 스포츠경기 중계하듯 보도했다.

공공기관마저 노골적 ‘땅장사’

이처럼 주택에 대한 ‘조바심 수요’를 유발한 고분양가는 주택이 들어서는 땅의 가격, 즉 택지비가 비싼 것이 큰 요인이다. 민간 택지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한 공공택지로 지은 아파트에서조차 고분양가 논란이 매번 되풀이되면서 주택시장이 철저히 시장 메커니즘으로만 움직인다는 인식은 투기심리를 부추긴다. 토지공사·주택공사와 지자체의 공영개발기관조차도 시장원리에 입각해 택지매각 비용을 받겠다며 노골적으로 땅장사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고, 이는 곧 저돌적인 투기심리의 배경이 됐다.

2005년 초 서울시는 뚝섬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며 1,3,4 구역 상업용지를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인 1조원이 넘는 돈을 받고 팔았다. 당시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한 서울시는 당초 참여업체들의 경쟁이 과열됐다며 돌연 매각을 취소했다가 4개월 뒤인 2005년 6월 감정가를 40%나 올린 채 다시 공매에 나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특히 당시 4구역의 땅을 평당 7732만원이라는 사상 최고가에 낙찰받은 한 업체는 최근 두 차례나 연장한 잔금납부기한을 넘기면서 사업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을 정도다. 땅값이 7000만원대면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 일각에서는 “뚝섬 땅을 비싸게 팔아 서울시 빚을 줄인 유능한 서울시장인지는 몰라도 국가 전체로는 아파트 값 폭등을 부채질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토지 보상비용의 급격한 증가와 도로, 전력 등 수조원 규모의 간선시설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되는 현상, 저밀도 친환경 개발을 표방해 용적률을 낮추는 방향의 개발도 아파트 가격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아파트 분양가에서 20~30%에 불과하던 택지비 비중이 지금은 대부분 절반을 웃돌고 있다. 논란을 빚은 은평뉴타운의 택지비 비중은 분양가의 57.2%였으며 역시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판교신도시 44평형은 평당 분양가(1857만원) 대비 토지비용이 70.2%(대지비 41.6%, 채권손실액 28.6%)에 달했다. 이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주택조차 철저히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식을 심어 투기심리를 부추기고 실수요자들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과도한 택지비 부담이 아파트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적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정부는 2006년 7월부터 택지 공급가격 기준을 기존의 감정가에서 토지조성원가의 90~110%로 바꿨다.

투기에 취약한 부동산 시장

부동산은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이 일어나기 쉬워 투기에 취약한 상품의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아파트는 다른 재화에 비해 살 사람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사전에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처럼 선분양제가 일반화 돼 있고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경우에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더욱 심해져 수요자들은 구조적으로 고분양가 등 공급자 우위의 시장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기에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인터넷에 제공하는 매물과 시세 정보는 높은 가격을 원하는 매도자 호가 위주의 시황을 부추겨 부동산 가격을 왜곡한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의 혼란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불안한 가격 매커니즘 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시세 조작도 가능한 상황을 초래했다. 결국 여기서 피해의식이 깔린 투기 심리도 생겨났다.

부동산 가격은 호가라도 일단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 값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들은 투기를 장기화한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화가 심하고 개발 가능한 택지 비율은 매우 낮아 부동산 가치의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2007년 1·11 대책을 기점으로 아파트 가격이 뚜렷하게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하락폭이 상승기 때만큼 크지 않은 것은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

또 부동산은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발생하는 가격의 비탄력성 탓에 단기적으로 가격왜곡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주택 크기나 질에 있어 기존의 주택보급률만으로는 측정하기 힘든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신규 수요를 공급이 즉각 뒷받침 할 수 없다는 점도 아파트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 됐다.

부동산은 이처럼 시장실패가 쉬운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상품이다. 결국 시장 실패로 인한 공급부족이나 가격왜곡 등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래도’ 못 믿고, ‘저래도’ 못 믿어

2000년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 추세는 과거 부동산 가격 상승이 2~3년에 그쳤던 예와는 달리 장기간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 여기에는 IMF 위환 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와 시중 유동자금 증가, 국지적 주택공급 부족, 재건축 기대심리, 금융권의 환경변화, 과도하게 풀린 부동산 규제 등 여러 가지 요인과 함께 수십년 간 경험한 ‘부동산불패’ 라는 투기심리도 한 몫을 했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2006년 아파트 값 상승에 대해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고 불안심리가 커진데 따른 심리적 요인이 크다.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면 재건축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해 집값이 뛰고, 규제를 늘린다고 하면 공급이 줄 것으로 보고 오르는 형국으로 한마디로 진퇴양난”(2006년11월3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이라며 부동산 정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한 당국자도 당시 집값 폭등에 대해 “5·31 지방선거 패배, 야당 의원들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다른 시그널을 준 것, 북핵 사태 이후 금리정책을 진짜로 못 쓸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 등 정부가 (심리적으로) 잡힐 수 있는 약점은 모두 잡힌 상태였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대선으로 정책 기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일부 언론은 대선에 편승한 경기부양책이나 각 후보들이 인기몰이용으로 쏟아놓을 개발공약, 정권이 바뀔 경우의 부동산 규제 완화나 정책후퇴 등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시장의 불안감과 국민들의 투기심리에 불을 지폈다.

수십 년 간 부동산 불패 학습효과

   
 
  1975년 '투기부인'들의 서울 영동 잠실 여의도 일대의 아파트 투기열풍을 소개한 신문기사. 중앙일보 75년 3월25일자.  
 
1975년 '투기부인'들의 서울 영동 잠실 여의도 일대의 아파트 투기열풍을 소개한 신문기사. 중앙일보 75년 3월25일자.
부동산불패의 믿음은 어제오늘 형성된 것이 아니다. 개발 초기 단계인 1960년대 말 말죽거리 신화 때만 해도 부동산 투기로 얻는 시세차익은 20-30배에 달했다. 1970년대에는 시세 차익이 5-6배, 1980년대에는 2-4배로 줄었으나 2003년 이후에도 상승기에는 여전히 2배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30년전인 1977년4월 국세청 조사에서도 당시 분양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달했던 여의도 아파트 당첨자들 중 3분의 1이 무자격자 즉 투기꾼들이었음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매일경제신문(1974년5월10일자)은 1969~70년 사이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전후해 신갈인터체인지에서 용인에 이르는 지역의 땅값이 4년 만에 15배나 뛰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신문(1977년10월17일자)은 당시 지하철 2호선 착공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나자 연초 평당 3만~7만원이었던 이 지역 땅값이 13만원을 호가하고 이후에도 계속 오르고 있어 땅주인들의 해약 요구로 거래질서에 혼란을 빚는다고 전했다. 개발 소식에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투기세력이 개입해 매물을 돌리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오늘날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 30년 넘게 되풀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재벌과 권력층 주도 부동산 투기

부동산이 전국민의 재테크 대상이 된 오늘날과는 달리 부동산 투기가 재벌과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한 일부 권력층 주변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서울신문 1983년6월10일자.
   
 
  서울신문 1983년6월10일자.  
 
서울신문(1983년6월10일자)은 국립공원 지리산지구 관광집단시설지역 고시 예정지에 발표 1년 전부터 투기세력이 몰려 2년 전 평당 1000~2000원 하던 땅이 2만~5만원으로 2년 동안 20배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의 개인땅 85%를 서울, 전주 등 외지인이 매입해 개발정보가 누설됐음을 방증했다.

최근에 와서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화성, 판교 지역도 1980년대부터 수도권 신도시 개발후보지로 지목돼 오면서 이미 1990년대에 ‘거물 외지인’들의 투자가 집중됐다. 특히 정치인 등 고위층은 198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이 지역 토지를 매입했다.

1993년 문민정부에서 시작된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는 힘 있고 출세한 사람치고 부동산 부자 아닌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많은 행정부, 사법부 내 장·차관급 인사들과 국회의원, 군 장성들이 투기성 불법, 탈법 부동산 거래와 보유가 밝혀져 옷을 벗었다.

이후 2000년 제정된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총리 등 고위공직자들이 국회에서 청문회를 거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항목이 부동산 투기 관련 의혹이었다.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와 그 대응책에 냉소적이고 무감각해진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전국민 부동산 재테크 시대

그러나 외환 위기 이후에는 은행들이 주수익원이던 기업 대출 감소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통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저금리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원이 갖춰지자 수십 년 동안 투기꾼들의 승리를 지켜보면서 기회만 닿는다면 투기행렬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의식을 내면화한 사람들은 집값 오름세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부녀회 등을 통해 집값 담합에 나서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 건설교통부 집값담합신고센터에 적발된 서울 지역 한 아파트는 실거래가보다 최고 2억원이나 높은 호가로 담합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데다 실제 대응조치도 일정기간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부동산정보제공업체에 시세정보 제공을 중단시키는데 그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단지는 건교부, 재경부가 강력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하자 규제 이전에 집값을 서둘러 올려놓겠다는 식의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해도 벌금 약간 내면 그만”

“조 모(33·여)씨는 아파트 10채, 상가 32채, 오피스텔 24채를 갖고 있으면서 불법으로 조합원 자격을 얻어 5채의 신규분양 아파트를 공급받아 구속됐으나, 재판에서 벌금 2500만원만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앞서 배임죄로 이미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임야 1만8000평을 8억2800만원에 사들여 405명에게 사기 분양해 317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배 모(37·남)씨 등 8명의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초범이거나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또는 벌금 200만원의 판결을 받았다.”

정부의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가 2005년7월~12월까지 대대적으로 부동산투기범죄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인 후 구속된 252명에 대한 법원 판결 결과의 일부이다.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막대한 불법 이득을 취한 투기 사범들에게 내려진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들에게 ‘부동산 투기를 해도 벌금 얼마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그릇된 법 감정을 조장해 왔다.

또 부동산 투기 행위는 법망을 피해 날이 갈수록 수법이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는데 반해 부동산중개업법 등 관련 법규는 범죄유형을 단순하게 규정하고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형량도 가벼운 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활개 칠 때마다 관련 법규 정비, 공급 확대, 세제와 금융 정책 등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한편 국세청 세무조사와 투기자 명단 발표 등 투기 가담자들을 직접 겨냥한 응급 대책들을 끊임없이 내놨으나 투기 현상이 거의 만성화 되다시피 하면서 투기세력과 국민들 모두 별다른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게 됐다.

불투명한 부동산 거래 관행과 불합리한 세제도 국민들의 투기불감증에 일조했다. 실거래가를 숨기고 이중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등록세, 양도소득세를 탈세하는 행위가 당연한 관행처럼 굳어졌다. 양도소득세도 실거래가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낮은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부과돼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나마 경기등락에 따라 세율과 과표가 오르내리고, 감세 혜택이 잇따르면서 정책불신을 키워왔다. 과거 기존 주택의 재산세 역시 가격이 아니라 면적 등 불합리한 과표기준과 체계로 인해 오히려 투기수익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결국 국민들은 수십 년 간 미비한 정책과 부실한 법적용의 틈을 뚫은 부동산 투기의 높은 수익성을 지켜보면서 ‘부동산 투기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투자’라는 경험칙을 얻게 됐다.

“부동산은 재산증식 도구”라는 의식

그 결과 국민들도 주택이나 토지를 주거 수단이나 생산요소로만 여기지 않고 재산증식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됐다. 국토연구원이 1979년, 1985년, 2000년, 2006년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 ‘토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는 이 같은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유자금이 있으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1979년에는 토지나 건물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28.6%였으나 2006년 조사에서는 57.4%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중에서도 서울과 수도권, 특히 강남권에서는 주택 선호도가 높고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토지 선호도가 높아 지역별 부동산 값 상승 추이가 그대로 반영됐다.

또 주목할 만한 변화는 1979년에는 여유자금을 개인사업에 쓰겠다는 답변이 39.9%에 이르렀으나 점차 줄어들다 2006년에는 7.6%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2006년 조사를 주도한 국토연구원 채미옥 박사는 이에 대해 “건전한 근로의식이 감소하고 부동산 투기를 내면화, 합리화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주택가격 과도하게 높지만 그래도 오른다?”

부동산투기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 재산증식을 위해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2000년 69.5%, 2006년에는 67.5%로 1979년 51.1%에 비해 16%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국토연구원은 “토지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낮고 토지시장 참여자들은 자본이득을 챙기려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토지시장과 사법부 판례, 국민의식 모두가 부동산의 사익옹호를 지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2월 삼성경제연구소의 '주택가격에 대한 가계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가구의 91.4%가 현재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높거나(66.6%) 약간 높다(24.8%)고 답했다. 그러나 올해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30.5%(조금 하락 28.2%, 크게 하락 2.3%)인 반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34.1%), 상승할 것(조금 상승 30.4%, 크게 상승 5.0%)이라는 응답은 69.5%에 달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집값 상승 기대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줬다.

언론 “투기도 투자다” 궤변

   
 
   
 
이는 언론의 논조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과거에는 언론들이 대부분 부동산 투기를 ‘망국병’으로 치부하면서 ‘다음 세대에도 죄를 짓는 행위’로 규정했다.

1992년5월6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보자. ‘땅투기 억제는 절대 선이다’라는 단정적인 제목으로 1990년 이뤄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매각 조치(5·8조치) 2주년을 맞아 당시의 강제 매각조치가 불가피했으며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세를 ‘가라앉게 한’ 효과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유재산의 강제매각 조치가 불합리한 줄은 알지만 보편적인 자로 재기에는 한국의 국토는 너무 좁고 인구는 많으며 또 한국의 재벌 형성, 나아가 자본축적과정이 다른 선진국이나 경쟁국과는 다르다’고까지 설명하며 5·8조치를 옹호했다.

그러나 13년 뒤인 2005년4월29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기존의 부가가치를 나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 소득이나 주식투자 이익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시장경제에서 투자와 투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이 사설은 또 ‘창조적 소득은 인정하되 투기적 소득은 일절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집을 팔아 남긴 이득을 모두 세금으로 환수하는 정책을 동원하는 것은 시장을 이념이나 정치적 포퓰리즘의 실험장으로 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부동산 광고와 언론의 논조 연관성 있다”

사실 우리나라 언론은 논조나 정치적 지향과는 별도로 부동산문제에 관해서는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신문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대형 광고주가 줄어들고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 뉴스포털, 무가지 등 신규매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 속에서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들은 기업광고를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서울 강남 거주자들을 비롯한 ‘구매력 있는 독자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투기붐에 따라 부동산 광고가 핵심적인 수입원이 되면서 신문들은 종합부동산세 등 정부의 투기억제 대책에 호의적이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광고가 신문들의 놓칠 수 없는 수익 영역이라는 점은 투기세력의 실체를 분석한 책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은 2001~2004년까지 신문광고에서 건설 광고가 매출 기여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 유력 신문사 광고국 직원은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가 자체 자금으로 70% 이상을 시공한 뒤에야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어 신문사에서는 최대한 도입을 막고 싶은 제도”라고 말해 일부 신문들이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후분양제를 적극 반대하는 속사정을 드러냈다.

서화숙 한국일보 편집위원도 2006년4월 열린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언론보도’라는 기자포럼에서 2006년3월 한 달치 4개 신문의 본면에 실린 광고를 분석한 결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조와 부동산 광고 건수가 연관성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서 편집위원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가장 비판적인 A신문의 부동산 관련 전면 광고는 105개였으며 논조상 비판적인 순서대로 B, C, D 신문의 전면 부동산 광고는 각각 76개, 25개, 21개였다.

“서민 끌어들여 최대 피해자로 묘사”

특히 보수 언론과 일부 경제지들은 정부의 투기수요 억제책이 나오면 ‘대책이 앞으로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강했다(조선일보 2005년9월1일)’ ‘충격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오를 수 있다(조선일보 2005년9월2일)’ 등의 ‘희망사항’과 ‘주장’을 전문가 분석이라는 명목으로 쏟아냈다. 이들은 정부대책이 약효를 발휘해 집값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버블 붕괴나 서민 피해를 우려하는 논조로 입장을 선회했다. 서화숙 편집위원은 “언론이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모호한 개념인 ‘서민’을 끌어들여 최대 피해자로 묘사한다”면서 “세금부담이 너무 크고, 시장에 맡겨 공급을 늘리라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1가구 다주택자와 건설업체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위원도 “투기세력의 자기실현적 자가발전을 견고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일부 언론과 전문가로 위장한 투기이론가들”이라며 “일부 언론은 투기세력의 논리를 전달하는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5년6월24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주최 토론회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면 부동산투기 막을 수 있다’)

물론 이들 기득권 옹호 언론들은 부동산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공공재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또 다른 속성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따라서 100만 가구가 넘는 단칸방살이 문제나 불량주택 등 주거복지와 관련한 의제는 언론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정책, 시기 놓치면 무용지물”

2007년 들어 부동산가격 급등 현상은 진정되고 집값 내림세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 강북과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주내용으로 한 1·11대책의 후속절차인 주택법과 택지개발촉진법, 임대주택법 등의 개정안 입법 처리를 놓고 새로운 시장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심리에 민감한 부동산은 시장에 조금만 잘못된 신호를 줘도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우리사회는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2007년2월10일자 서울신문이 사설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기를 놓친다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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