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 좀 보세요. 침이 열 두 바늘이나 꽂혔어요. 손이 아파서 병원 한번 갔는데 비싸서 또 못 가요. 진료 받으니 너무 좋아요." 파키스탄에서 온 핫산(21)씨는 연신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 병원 갈 생각은 엄두도 못 냈던 터라 이날만큼은 활짝 웃음꽃을 피워본다. 법무부의 '출입국 외국인 정책 통계월보'에 의하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내 외국인 체류자 204만 9441명, 그 중 전국 신천지 수혜자는 10만 5738여 명이다.

특히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의 어려움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한국인의 무시는 이들에게 모멸감까지 주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을 제대로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그저 참고 견디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런 이들에게 무료 의료봉사를 해주고 있는 신천지 자원봉사단 서울경기서부지부. 지난 5일 서울 화곡동 소재 시온교회에서 60여명의 주한 외국인을 초청, '찾아가는 건강닥터'를 열어 이들의 아픈 몸을 구석구석 진료했다.

'찾아가는 건강 닥터'는 주말근무, 언어장벽 등으로 인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차별 없이 따뜻한 정을 나누기 위해 해마다 무료 진료를 하고 있으며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다.

각 진료 부스마다 외국인들은 문진표를 들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하얀색과 분홍색 까운을 입은 의료진들은 환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행여 빠진 곳이 있을까봐 꼼꼼하게 체크했다.

"한국에 온지 1년 정도 됐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아요. 한국의 지하철공사 현장에서 일하는데 일이 힘들어 몸이 아파요." 캄보디아에서 온 썸낭(30)씨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기다렸다는 듯 하소연했다.

외국인들은 기다리면서도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날 서울 및 경기서부 지역에서 근무하는 10개국에서 온 주한 외국인(우간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베트남, 방글라데시, 태국 등) 60여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처음에는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진료가 시작되자 하나같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가정의학과·치과·피부과·한방코너와 함께 카이로프랙틱, 척추관리, 이침, 스포츠 마시지, 손 파라핀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들이 진료에 나섰다.

의료진들은 조금이라도 더 아픈 곳을 돌봐주기 위해 통역사를 통해 묻고 또 물으며 진료하느라 이마에 땀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회사 일하면 늦게 끝나서 병원 가고 싶어도 못가요. 여러 가지 진료를 돈 안 받고 해주니 너무 좋아요." 방글라데시에서 온 라 케이스(29)씨는 "방글라데시는 이침을 받으면 한 개만 붙여 준다.

이곳에서는 여러 개를 붙여주고 신경 써 주니 더 좋아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신천지자원봉사단 서울경기서부지부(지부장 윤상호)는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도 우리나라에 같이 사는 친구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들이 몸 아프지 않고 한국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로만 그치지 않고 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꾸준한 의료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계획 중이며 다문화 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받고 한국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역 봉사자로 참여한 윤미선(30·여) 씨는 "매년 봉사를 하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으니 비싼 돈 주고 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오늘만큼은 최선을 다해 진료를 받고 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은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자국민의 병원비에 비해 4배 이상 진료비를 지불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경우가 많아 자칫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