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매화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아름답다. 그런데 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멋지게 펼쳐지는 세상이 유혹하고 있다. 얼마나 화사한지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가 어렵다. 원하지 않아도 그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홍매의 세상.

  이파리가 모두 붉은 색이다. 안과 속이 구분이 없다. 수줍은 마음을 아예 감추지도 못하고 있다.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온통 깊은 곳까지 완전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엇 하나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감하게 된다. 다른 욕심들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사랑의 마음만 샘솟는다.

  사랑.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렘이 앞선다. 원하는 것이 없으니 무엇이든 신나기만 하다. 욕심을 내고 무엇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 것은 오염된 것이고 순수성을 상실한 것이다. 이런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순수하고 청정한 사랑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없는 일이 없고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생각만 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지는 여의주다. 사랑은 주고 싶은 속성으로 인해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꺼이 목숨마저도 줄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홍매가 만개하였다. 섬진강 매화 마을에 홍매가 활짝 피어났다.(07년 2월 20일) 어찌나 아름다운지, 입이 닫아 지지 않을 정도다. 속내를 훤히 드러내놓고 유혹하고 있는 몸짓에 넘어가지 않을 재주가 없다. 사랑은 분면 전염되는 것이 분명하다. 홍매의 사랑이 그대로 내 마음에 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전염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불타는 연정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 사랑의 전염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도 순식간에 일어난다.

  홍매를 보면서 사랑의 전염을 확인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현자가 된다. 현자란 모든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게 된다. 자신의 욕심을 내세우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을 낮춤으로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다 하는 것이다.

  강바람을 맞으면서 홍매의 화려함에 몸과 마음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홍매의 유혹에 넘어간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쉴 사이 없이 날개 짓을 하면서 정신을 잃고 있는 벌들도 풀 빠져 있었다. 힘이 솟구치는 봄의 정취에 완전히 젖어들 수 있었다. 사랑의 계절, 봄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