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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 금융시장 ‘빅뱅’ 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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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통합법)’이 올 상반기 중 국회를 통과하면 자본시장에서의 ‘금융 빅뱅’이 예고된다.
정부는 오는 2008년 시행을 목표로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 법은 자본시장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꿔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대형화·전문화를 촉진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통법은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엄격히 나눠져 있던 기존의 금융 업종간 벽을 허무는 것은 물론, 금융상품의 개발과 운용에 대한 규제도 대폭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또 이를 통해 증권업계의 인수·합병을 촉진해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 이들이 향후 국내 기업금융과 더 멀리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견인하도록 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 발전 미흡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수준의 금융산업 개편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경제규모에 비해 왜소한 국내 자본시장의 현실, 간접금융시장(은행)에 비해 미흡한 발전 속도,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적 문제점 때문이다.
우리 자본시장은 자금중개기능이 부진해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1년 11조원 대였던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은 2005년 7조원으로 줄었고, 회사채를 통한 자본조달도 87조원에서 48조원으로 줄었다.
또 그동안 간접금융시장(은행)은 구조조정, 겸업화·대형화, 수익성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왔지만 증권이나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관련 금융산업은 수익성 등이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더 떨어졌다. 특히 국내 증권사는 위탁매매를 중심으로 하는 증권서비스 위주의 영업모델에 국한돼 있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자기매매를 균형있게 하는 외국 투자은행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국내 증권사는 외국 투자은행의 2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데다 수익성도 크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본시장 관련법도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등 금융회사별로 각각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고 개별 법률마다 적용되는 규제가 다르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금융회사가 취급할 수 있는 유가증권과 파생상품의 종류가 법령에 제한적으로 열거돼 있으며,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간 겸영이 엄격히 제한되는 것, 체계적인 투자자 보호제도가 미흡한 것 등도 문제로 꼽힌다.
◆ 자본시장 규제 없애고 투자자 보호 강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자통법의 핵심은 자본시장의 규제를 대폭 없애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
그동안 금융투자회사는 법령에 열거된 금융투자상품만 취급이 가능했으며 투자자 보호 규제도 열거된 상품에 대해서만 적용됐다. 하지만 자통법은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 ‘투자성’을 가지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포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의 종류가 대폭 늘어나 다양한 새 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엄격하게 금지했던 금융업간 겸영도 가능해져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 신탁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종합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이 허용된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처럼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국내에서도 탄생하게 된다.
또 금융투자회사의 건전성이나 투자자 보호에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 한 부수업무를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고, 금융투자회사가 송금, 결제 등 부가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투자자들은 지금보다 폭 넓은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돼, 금융투자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기만 하면 주식, 선물,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는 물론 별도의 은행거래 없이도 카드대금 결제와 공과금 납부까지 할 수 있다.
자통법은 특히 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했다.
금융투자회사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를 권유할 경우 ‘설명의무’를 지게 된다. 금융투자회사는 상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분석능력이 없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는, 팔고자 하는 상품의 내용과 위험을 충분히 설명한 뒤 이를 투자자가 이해했음을 확인하는 서명을 받아야 한다.
투자를 권유하기 이전에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태, 투자경험 등을 인터뷰를 통해 파악하고 서면으로 확인 받도록 하는 ‘고객 알기’(Know-Your-Customer-Rule) 의무도 신설된다. 금융회사가 고객이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되는지를 고려해 적합한 투자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원하지 않으면 전화, 방문 등을 통한 투자권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청하지 않은 투자권유 규제’도 도입된다.
이밖에 그동안 금융기관 별로 된 규율 체제를 각각 업무나 상품·투자자에 따라 기능별 규율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여러 금융업을 하는 금융투자회사나 중개업만 하려는 증권회사가 중개업을 새로 시작할 때 회사의 종류가 달라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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