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선글라스와 슈트,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의 이 남자, 바로 충무로의 명배우로 불리던 배우 명계남이다.
인상적인 외모와 어둡고 매정한 듯 하지만 격렬한 감정을 내뿜는 열정적인 연기로 대학로와 충무로를 빛내던 그는 생애 첫 주연작인 <손님은 왕이다>에서 이발사 안창진을 양아치보다 과격하고, 사이코 보다 지독하며 사기꾼 보다 치밀하게 협박하는 남자 김양길로 분하여 정체 불명의 협박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 독특한 협박자 김양길을 구상했을 때부터 배우 명계남을 생각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는 오기현 감독의 이야기처럼 <손님은 왕이다> 속 김양길은 현실 속 명계남과 많이 닮아 있다. 평상시에도 검은색 선글라스와 슈트를 챙겨 입고 수염을 기르는 스타일리쉬한 모습에서, 익살스럽지만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외모와 친숙하지만 위엄이 느껴지는 목소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양아치 같은 끼 극과 극을 오가는 상반된 분위기 그 자체가 명계남이고 김양길이었다.
명계남은 한국 영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협박자 역할을 위해 손가락 마디 마디에 ‘HATE’와 ‘LOVE’라는 문신을, 팔목에는 한눈에 봐도 흉측한 뱀문신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캐릭터의 고뇌와 위엄을 표현해주는 수단인 담배 피는 장면을 위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며 캐릭터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해결사 이장길과의 지하도 액션 장면에서는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하도 바닥을 이리 저리 구르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후배 배우인 이선균이 상대배우이자 대선배인 명계남을 린치 하는 장면에서 부담감을 가질까봐 오히려 이선균을 격려하며 리얼한 액션씬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 액션 장면으로 갈비뼈 두개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은 명계남은 생에 마지막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협박의 광기 속으로 점점 빠져드는 김양길이 거울을 보며 춤을 추는 장면을 위해 촬영 중간 중간 탱고 음악을 들으며 춤 연습을 하던 명계남은 쑥스러워하던 처음과 달리 본 촬영 장면에서는 다양한 스텝과 몸놀림으로 단박에 OK 사인을 받아냈다.
<손님은 왕이다>는 한가로운 이발관의 어눌한 이발사를 협박하는 정체불명의 낯선 손님이 찾아오며 사건이 시작된다. 이발사의 일상은 무너지고 이발사의 아내마저 얽혀 든다. 이발사가 고용한 프로 해결사는 오히려 이발사의 뒤를 쫓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협박자 김양길로 돌아온 명배우의 명연기는 2006년 2월 그 실체와 진실을 드러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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