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찾아온 봄은 온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단지 그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놀라운 봄의 힘을 받아 역동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것을 보려고 하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어 볼 수 없는 것이다. 봄은 누구나 차별하지 않는다. 아주 공평하게 대할 뿐이다. 단지 마음이 그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장사 대웅전 뒤 화단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무거운 흙더미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었을까. 아무리 보아도 연약할 새싹이었다. 연노란 빛이 그 것을 말하고 있었다.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닮아 있다.

  수선화 새싹.

  회색으로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흙은 보기에도 그 위력이 대단해 보인다. 억누르고 있는 있어 그 밑에 있는 그 무엇도 감히 고개를 내밀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당당하게 흙을 밀어내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환하게 웃고 있는 새싹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새싹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의문이 커지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초록 빛깔로 무장한 싹에서는 그래도 힘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 갓 흙을 밀쳐내고 숨을 돌리고 있는 새싹은 노란빛이다. 힘 쓸 곳이라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당당한 자태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연노란 새싹에게서 깨닫게 된다. 단단한 흙을 뚫을 수 있는 힘은 바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절실함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기회는 원한다고 하여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지나가고 나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 것을 잘 알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힘을 낸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한다. 그 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은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새싹도 마찬가지다.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봄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이다. 봄이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순리다. 모든 것이 일치되었을 때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완성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수선화 새싹은 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흙이 아무리 단단하고 견고하여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장사의 봄(2007년 2월 25일)은 그렇게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누가 보아주든 보아주지 않던 그 것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을 성실하게 채워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수선화 새싹을 바라보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사람도 바로 저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이 순간을 채우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