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 기여·국익 극대화…전략적 결단
12개국 13개 지역 2533명…현지 주민 호응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고 윤장호 하사의 전사를 계기로 해외파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기철군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파병은 단순히 군사적 측면에서뿐만이 아니라 국익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우리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파병 현황과 의미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편집자 주>

	해외파병 부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 파견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로부터 환영과 찬사를 받고 있다. <사진=자이툰 부대>

노무현 대통령은 6일 “국가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때로는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또 나아가서는 어떤 인류 사회 속에서의 국가의 도덕적 의무를 위해 국민들에게 위험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더없이 귀한 것이어서 참으로 국가로서도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 윤장호 하사를 거듭 애도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해외파병의 당위성에 대한 고민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급속히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동참, 실익 추구

우리나라는 유엔안보리 결의와 미국의 요청에 따라 대테러 국제연대에 동참함으로써 세계평화 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한·미 동맹관계의 공고한 발전과 실익을 위해 국회 동의아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국군을 파견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향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 그리고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미국의 노력을 지지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가장 부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2차 북핵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우리와 미국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파병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확고한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명백히 함과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 테러전과 이라크전 진행과정에서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유정 파괴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난민 및 포로문제, 대규모 전후복구 소요 등 심각한 문제들도 함께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이들 전쟁 희생자를 치료하고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쟁 희생자 치료·구호활동 참여는 국제사회 일원 의무

현실적 이익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중동지역에 의존하는 비율은 77%에 이르고 있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체계 확보는 우리 경제에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급속히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이라크전 파병 당시 국내 여론의 80%가 전쟁에 반대하고,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40%대로 급락했음에도 이지스함 호위함 등을 파견, 정보획득과 급유 수송 등을 지원하고 난민 지원 및 전후복구에도 참가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나 에너지 공급체계확보 등 실익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 각국은 평화유지활동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국위를 선양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재건을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관계로 경제적인 이익도 창출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병부대, 인도적 지원임무 수행으로 현지인 호응

우리나라도 헌법 제5조 1항에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군인복무규율 제4조 2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국군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외파병 부대들은 이러한 규정을 바탕으로 파견된 지역의 주민들과 국민들로부터 환영과 찬사를 받으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현재 우리군은 12개국 13개 지역에 2533명이 파병중인 상태다. 이중 이라크 자유작전(Operation Iraq Freedom) 지원에 자이툰 부대 2101명, 항공수송단 168명 등 2289명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항구적 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 지원에 다산·동의부대 205명이 주둔하고 있다.

또한 유엔평화유지군(PKO) 활동으로 정전감시단 4개국 20명 등 총 31명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이 9·11테러의 주범으로 열려진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 그리고 이를 지원한 배후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2001년 10월 7일 개시한 ‘테러와의 전쟁’이다.

아프간 테러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1년 9월 24일 대미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 의료지원단, 해·공군 수송지원단, 건설공병지원단을 파견했다.

의료지원단인 동의부대는 2002년 2월 27일부터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등에서 동맹군과 현지 주민에 대한 의료지원 등 대민지원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3년 2월 27일 의료지원단 3진과 함께 추가 파견된 건설공병지원단은 150여명으로 구성,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해 건설 및 토목공사, 한·미 연합 지방재건팀(PRT)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

동의·다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유엔 회원국 자격으로 국제적 연대에 동참, 세계평화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지원하기 위함이며, 이를 계기로 외교역량을 강화하고 한·미 간 안보현안 해결과 발전적인 동맹관계 유지 등 국익 차원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2월 8일 전격적으로 자이툰 부대를 방문,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 <사진=자이툰 부대>

이라크 지방정부 대통령 “한국기업 진출 우선권 부여”

범세계 테러행위와 대량살상무기(WMD)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유엔결의(1441호)를 상습적으로 위반해 온 이라크를 최대 위협국으로 인식해 미·영 동맹군을 앞세워 2003년 3월 20일 이라크를 공격, 43일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정부는 2003년 4월 2일 “국제사회의 동향과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방지, 그리고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 등 제반 요소를 감안하여 미국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국회 동의를 거쳐 건설공병지원단과 의료지원단의 파병을 결정했다.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은 UN안보리 결의에 따라 전후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라크의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및 미국의 대테러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또 이를 계기로 외교역량을 강화, 한·미 안보현안 해결과 발전적인 동맹관계 유지, 우리기업의 이라크 진출여건 조성 등 국익 차원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이후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자이툰 부대의 파견기간이 매년 말에 종료됨에 따라 2006년 연장동의까지 총 3회의 국회동의가 이뤄졌으며, 현재 2007년 말까지 주둔이 연장돼 있는 상태다.

자이툰 부대는 현지에서 원활한 전후 재검임무를 수행, 쿠르드 지방정부 대통령이 우리 기업이 진출할 경우 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음을 수차례 표명하는 등 우리 기업 진출의 교두보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의원단 현지 방문시 쿠르드 내무장관은 “우리 모두가 한국군을 동맹군 이상의 친구이자 쿠르드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자이툰 부대가 계속 주둔해서 지원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현지정세와 투자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우리기업의 이라크 진출 허용문제를 검토하고 파병성과를 경제적인 실익으로 연결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2월 8일 전격적으로 자이툰 부대를 방문, 어려운 여건 가운데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여러분의 땀과 노력이 대한민국의 외교력이자 대한민국의 또 다른 힘이다.”라며 해외파병 부대의 중요성에 의미를 부였다.

해외파병이 단순히 군사적인 의미를 넘어서 국익을 위한 복합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결단임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