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국민대통합론’...여권의 뜨거운 구애
‘21세기 광개토전략’...경제·문화적 영토확장으로 부자국민 만들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2월 8일 전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손학규 전 지사가 미래형 지도자로 한나라당에서 유일하다”면서 “하루빨리 한나라당에서 나오라”는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정 전 의장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나와 범여권 후보로서 (본인과)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말했다.
여권의 프로포즈에 대해 정작 손 전 지사 본인은 “내가 주인이고, 강자가 될 것인데 왜 나가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 당론과는 달리 ‘햇볕정책’에 대한 호응, 더 나아가 계승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또 6자회담 타결을 전제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 추진에도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남북화해와 긴장완화, 그리고 이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시대의 가치”라면서, 본인이 야당의 위치에 있었을 때도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당론은 바뀔 수 있다”면서 “본인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이게 당론이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이러한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이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여권의 구애가 뜨거워지는 상황과 맞물려 대선정국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기자, 대학교수, 기업인 등의 오피니언 계층에서 대통령직을 가장 잘 수행할 것 같은 인물로 손 전 지사가 수위를 차지한 결과가 나왔다. 또한 대권후보 지지율도 10%대에 접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여권과 야권 모두 대선정국에 대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민의 지지율은 변화의 태동을 보이고 있다. 한 치 앞의 예측도 쉽지 않은 대선정국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그동안 참신한 행보로 여론을 끌어당겨왔던 손 전 지사에게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지금까지 많은 굴곡을 거쳤다. 1964년 고3의 나이로 한·일 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하면서 사회운동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故 조영래 변호사와 더불어 서울대 운동권 삼총사로 불렸다. 1970년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무죄판결을 받았다. 본인 스스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흐름을 하나의 용광로 속에서 녹여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됐다”고 밝힌 8년간의 영국유학 후 서강대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1993년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신한국당 대변인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 번의 고배를 마신 후 2002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손 전 지사는 본인을 비유할 때 안도연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인용해 ‘지금도 활활 타는 연탄’이라고 말한다. 뜨거운 열정에 대한 비유이다. 그의 열정은 경기도지사 시설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세계를 7바퀴나 돌았고, 경기도지사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돌입한 ‘100일 민심대장정’ 등으로 대변된다.
대권주자로서 제시한 ‘21세기 광개토전략’은 점차 구체화 되고있다.
손 전 지사는 ‘21세기 광개토전략’에 대해 “21세기에 맞는 국가운영의 틀을 짜기 위한 한반도개조론의 실천 전략”이라고 말했다. 광개토전략은 한반도의 좁은 땅덩어리에서 아웅다웅하지 말고 넓은 세계로 나가 경제적 영토, 문화적 영토를 넓혀 ‘부자나라, 부자국민’을 만들자는 계획이다.
고건 전 총리의 대권 중도하차 이후 여권의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나의 본선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갈등과 반목에 지친 우리 국민들이 통합에 대한 염원을 표출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나라당을 창조와 개방과 통합의 시대정신에 충실한 선진화 개혁세력으로 재창조할 것이다. 나아가 지역, 이념, 세대, 계층을 아우르는 더 큰 한나라당을 만들어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겠다.
지난 1월 16일 동아시아미래재단 신년회에서 ‘21세기 광개토 전략’ 정책을 발표했다. ‘21세기 광개토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1세기에 맞는 국가운영의 틀이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낡은 것을 혁파하고, 세계의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한반도의 대개조가 필요하다.
‘광개토전략’은 한 마디로 ‘부자나라, 부자국민’ 만들기다. 한반도의 좁은 땅덩어리에서 아웅다웅하지 말고 넓은 세계로 나가 경제적 영토, 문화적 영토를 넓혀나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첫째, ‘광개토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인재양성이다. 창조적 지식과 글로벌 활동능력을 가진 디지털 주몽을 매년 10만명씩 양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서 세계 100대 대학을 10개로 늘려 나가고자 한다.
두번째가 글로벌 기업 육성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삼성, 포스코 같은 일류기업을 더 만들어야 한다. 세계일류기업과 세계 유일의 기술을 가진 중견기업, 이들을 보조할 중소기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결국 이들이 세계 속에서 부가가치를 창조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글로벌 경제협력체제가 필요하다. 세계는 점점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문을 활짝 열고, 세계에 널려 있는 경제적 영토를 우리가 선점해야 한다.
‘광개토전략’은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소수만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세계에서 잘 나가는 20% 이내에 들기 위한 발전전략이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대선 주자보다 지지율이 낮다. 이명박·박근혜 대선 주자와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21세기는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화 된 시대다. 6-70년대 국토개발 시대처럼 땅 파고 공사한다고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개발시대의 아날로그 마인드로는 21세기 선진강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경기도지사 시절 ‘세계 속의 경기도’를 표어로 내걸고 지구를 7바퀴 반 돌며 땀 흘려 일했다. 그 결과 14조원 규모의 해외 첨단기업을 유치했고, 파주에 LG필립스 LCD단지를 조성했으며, 대한민국 전체의 70% 이상인 77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경기도에서 나오도록 만들었다. 세계 흐름을 읽고 미래를 바라보며 일하니 실적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나는 영남 출신도, 호남 출신도 아니다. 또 민주화가 필요할 땐 독재정권에 맞서 독하게 투쟁했고, 일자리가 필요할 땐 세계의 일자리 전쟁터에서 싸웠다. 진보와 보수를 포용하는 삶을 살아왔다.
차기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라 안에서 힘을 합치게 하고 선진 대한민국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다. 나의 본선경쟁력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북한 핵문제·인권문제·식량문제·경제협력문제가 여전히 한반도의 현안이다. 북핵 문제를 포함해서 남북 기본정책은 무엇인가?
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목표와 원칙이 불분명 했다. 그런 태도가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대북 포용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내가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과 벼농사 시범사업을 벌였던 것도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북한주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고 그게 아래로부터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할 경우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하지만, 북한이 핵 포기로 나오고 6자회담이 순항하면 경제지원을 늘려 나가야 한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더 강한 햇볕도 쏘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국제사회의 협력 하에 북한경제 재건플랜까지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지난해 ‘100일간의 민심 대장정’ 이벤트는 참신 했으나 아직 지지율에 영향을 못 미친것 같다. 그 외의 성과는 무엇인가? 또 본인의 낮은 지지율의 원인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100일 민심대장정은 지지율을 떠나 국민과 함께 땀 흘리고 흉금을 털어 놓는 새로운 정치가 절실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매일 일 나갈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며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던 한 노동자의 절규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 땀과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 정치적 이해득실보다는 잘 사는 나라, 행복한 국민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소신 있게 나아가겠다.
지지율은 대선이 실감나게 다가오면 달라진다. 여권이 전열을 정비하고 나서면 본선경쟁력이 높은 나를 주목하게 돼 있다. 나는 꾸준하고 일관되게 나의 길을 갈 뿐이다.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정책과 사업을 펼쳤다. 가장 잘된 사업과 아쉬웠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잘된 사업으로 첫 번째 일자리 창출이다.
한국 경제가 지난 5년간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 연평균 4%대의 경제성장에 머물고 있을 때, 경기도는 평균 7.55%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에서 생긴 일자리의 71%를 경기도에서 만들었다.
나는 경기도지사 시절, 일자리는 국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갖고, 기업르네상스, 일자리 천국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며 외국첨단기업 114개를 유치하고 국내투자환경을 개선하기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다. 그 결과가 우리 경기도는 한국경제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부분은 복지정책이다. 나는 경기도지사 시절 'We Start 운동’, ‘이웃돌보기(Neighbor Watch)' 사업 등 수요자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나,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더 많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대선레이스가 초반부에 리딩그룹(최소10%)에 들어가야 뒤집기가 가능한 것 아닌가
이미 우리 국민들은 나의 본선경쟁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떤 신문을 보니 내 지지율이 벌써 두 자리 수에 육박했다. 나를 잘 알고 있는 기자, 국회보좌관, 대학교수, 중소 기업인들이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나를 꼽았듯 국민도 나를 더 알아갈수록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 다만 편 가르고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정치공학적인 방식으로 나를 알리고 싶지는 않다.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기 위해, 선진 대한민국을 창조하기 위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게 오르는 지지율이 탄탄하고 오래 간다. 또 그래야 대선승리 뿐 아니라 안정적인 국정운영까지 도모할 수 있지 않겠나.
심동철 취재팀장/ goldizz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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