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처럼 개인정보도 보호냐 활용이냐에 따라 입장이 엇갈린다. 효율성만 강조하면 개인정보가 취약해지고, 사생활 보호만 강조하면 산업발전은 발목이 잡힌다.
행정자치부와 한국정보보호학회가 지난 12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는 이처럼 양면이 있는 개인정보보호의 정책방향을 어떻게 잡아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 자리였다.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은 토론회 사회를 맡은 한양대 윤영민 교수가 상징적으로 정리했다. “개인정보보호에 관련된 변화속도를 잰다면 기술은 100km, 제도는 70km를 달리는데 법은 10km로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산업과 공공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할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회에서 수년째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한 개인정보 노출도 윤 교수가 말한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해킹 방어를 연구하는 교수, 개인정보보호 책임자, 보안업체 사장, IT·경제 담당 기자 등 컴퓨터 활용이 직업인 토론자 9명 가운데 3명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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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참가자들은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와 한국정보보호학회가 지난 12일 주최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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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도 개인정보 도용당해
발제를 맡은 고려대 임종인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를 100%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한 ‘이익’이 커지는 만큼 부당한 이용이나 해킹이 어렵고, 사후조사로 적발될 수 있으며, 처벌이 무겁도록 바꿔 ‘비용’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호주가 단순 스팸 메일 발송자도 징역형에 처하도록 제도를 바꾼 예를 들며 “개인정보보호에도 균형을 맞춰 기회비용이 기대수익보다 크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차 침투 방어에 대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사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보안전문가도 의견이 일치했다.
대학에서 해킹방어기술을 연구하는 충남대 류재철 전기정보통신공학부 교수도 “해킹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을 기회가 많아지면서 막아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는 찾아내서 처벌하는 것이 또 다른 방어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는) 기술, 법, 제도적인 균형 속에서 발전하지만 미처 방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조사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인인증수단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정보 라이프사이클 관리
박순빈 한겨레 경제산업팀당은 “교육기관이나 병원에서 상담을 하거나 심지어 교육청이 배구대회 참가자에게도 주민번호를 받는 등 불필요한 곳에 주민번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박광진 개인정보보호지원센터 단장은 “아직도 중국 500여 개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사람 주민등록번호 1만여 개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며, “주민등록주민번호는 더 이상 사이버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수단이 아니다”고 단정했다. 박 단장은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신원확인 수단으로 수명을 다했다면 사용하지 않게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활용에 기울어진 현 제도들이 보호와 균형을 잡도록 요청하는 것은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서현진 전자신문 부국장은 “지금까지 창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방패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정보통신부 관련법이 산업진흥 쪽에, 행정자치부 관련법이 개인보호 쪽에 맞춰져 있는데 앞으로는 통합법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자치부 임상규 제도정책팀장은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수집, 위탁, 제공, 파기 등 개인정보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이를 공개하는 내용을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법에 담았다”고 밝혔다.
또 임 팀장은 “공공기관 개인정보 노출을 평가하고 취약한 기관은 보안업체와 함께 안전진단을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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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