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갖지 않는 데는 각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성별에 따라 정해진 나이에 당연히 결혼하는 사회가 아니며, 아이를 갖는 것도 필수인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들의 출산기피가 모여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 |
 |
|
| |
| |
▲ 일본정부가 강구한 수많은 저출산 대책의 초점이 출산 및 육아 환경의 정비에 맞춰져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 죠조지(增上寺)에 설치된 아이를 돌보는 지장보살상. |
|
| |
출산율 감소는 미래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이는 결국 국력의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선진국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대책들을 강구하는데, 출산율 면에서 한국(1.08)보다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일본(1.26)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 저출산 대책, 출산·육아 환경정비에 초점
그런데 일본정부가 강구한 수많은 저출산 대책의 초점이 출산 및 육아 환경의 정비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갑절을 넘고 출산율 저하의 고통 또한 우리보다 먼저 심각하게 체험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출산을 위한 금전지원보다 육아를 위한 여건개선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2004년에 발표된 <어린이양육응원플랜>의 대부분이 보육원을 확충하고 소아과 진료를 확대하며, 재택근무나 시간제근무 등 탄력적인 근무제의 도입과 육아휴직 등 휴가제도의 보완을 통한 양육여건개선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총 125개 항목으로 구성된 플랜에는 아동수당증액과 지급확대 및 임산부진료에 따른 교통비지원 등 몇 가지 금전적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책은 바로 근로여성들의 양육여건개선에 관한 것이다.
위탁육아 시설 확충과 탄력적 근무제 도입
휴일 및 야간에 아이들을 위탁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의 확충과 재택근무·시간제 근무제 등 탄력적인 근무제의 도입과 같은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결혼은 선택이다’, ‘아이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는 사람들의 의식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보다,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의 질과 결혼의사 및 출산율은 상관관계가 없을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 3월 7일 후생노동성의 발표가 그 답을 제시한다.
20~34세 남녀 19,3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규직인 경우 높은 기혼율을 보였다. 특히 남성정규직의 경우에는 비정규직보다 2배 이상, 미취업자보다는 3배 이상 결혼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결혼비율: 정규직 15.2%, 비정규직 6.3%, 미취업 4.4%).
또한 미혼남녀의 결혼의사도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높게 나타났으며(남 69.1%: 49.5%, 여 73.3%: 62.7%), 특히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에 높은 결혼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남 74.7%, 여 76.6%).
비정규직보다 정규직 취업여성 출산비율 2배
기혼여성의 취업여부 및 양태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규직의 33.1%가 출산한데 반해, 미취업자는 30.9%, 비정규직은 16.3%만이 출산한 것으로 나타나, 정규직 취업여성의 출산비율이 비정규직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아휴직제도가 있는 직장과 없는 직장에 근무하는 여성의 출산비율도 커다란 차이를 보였으며(18.8%:11.7%), 산전휴가제도가 있는 회사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동일직장 근무비율이 산전휴가제도가 없는 회사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81.6%:27.3%).
또한 자녀가 있건 없건 간에 여성이 근무하는 직장의 육아휴직제 존재여부에 따라 아이를 갖고 싶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자녀가 없는 경우의 휴직제 존재 - 유 75.3% : 무 59.4%, 1인의 자녀가 있는 경우의 휴직제 존재 - 유 71.1% : 무 39.5%),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아이를 갖겠다는 응답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44.3% : 26.9%).
이번 일본정부의 조사는 주로 정규직·비정규직과 여성들에게 산전휴가·출산휴직제도가 있느냐의 여부에 따른 결혼의사나 자녀 갖기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정규직의 경우가 결혼이나 자녀 갖는 것을 선호하고 있으며, 산전휴가나 출산휴직제도가 있는 직장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실제로 아이를 더 많이 낳고 낳기를 희망한다는 결과다.
한국에서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설치되어 활동 중에 있고, 지난 번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률이 통과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결혼과 근무형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고, 또 출산·육아환경정비가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번 조사결과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
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