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용사들의 무공훈장을 찾아 드리는 일이야 말로 예비군지휘관들이 나서야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6‧25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 무공훈장 수훈자로 선정되었으나, 지금까지 잊고 살아온 참전용사 68분에게 무공훈장을 찾아드린 예비군 지휘관이 있다. 육군 50사단 소속 영덕대대 축산면 홍성태 예비군면대장(군무원 5급, 61년생)이 그 주인공이다. 홍성태 면대장이 무공훈장 수훈자를 찾기 위해 나선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 강구면대장으로 재직하며 육군본부로부터 무공훈장 수훈대상자 12명의 명단을 통보받고 이들의 신원을 추적해 수훈자 5명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무공훈장 수훈대상자를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그가 찾은 대부분의 수훈자 또는 그 유가족들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으며, 그 중 돌아가신 어느 한 분은 상이용사로 삶에 희망을 잃고 평생을 음주로 살아와 유가족들에게 항상 원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홍 면대장이 유가족들에게 아버지가 2개의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에야 비로소 가족들은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홍 면대장은 그때 “좀 더 빨리, 살아계실 때 찾았더라면 그들의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무공훈장을 찾아드림으로써 수훈자들이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후에도 찾은 훈장 수훈자마다 사연이 없는 분이 없었으며, 하나같이 너무 늦어 죄송한 마음만 있었을 뿐이었다. 육군본부는 1989년부터 6‧25참전용사에게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20여년 동안 16만여명의 대상자 중에서 9만 4천여명(58%)의 수훈 대상자에게 훈장을 찾아드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무공훈장을 찾지 못한 수훈 대상자들은 동명이인이거나 주소 등 기록상의 착오(당시 한자로 기록)로 그 공적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성태 면대장이 무공훈장을 찾아드리고자 하는 남다른 노력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에서도 볼 수 있다. 훈장 수훈자을 찾기 위해서 처음 접하는 수훈자 명부의 ‘이름’과 ‘주소지’만 가지고 주인공을 찾아내는 그만의 비법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부정확한 이름과 주소지만, 홍 면대장은 과거 10년이 지난 전화번호부를 확보해 검색하고 돌림자를 이용하여 신원을 파악한다. 그리고 문중이나 마을이장, 마을회장 등 그 마을에 연고가 있는 분들을 통해 수차례 수소문하고 확인하는 역추적 방법으로 당사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결국 그의 노하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적하는 “노력과 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2009년에 5명으로 시작해 2010년부터 2011년에 19명을 찾았고, 올해에는 44명의 무공훈장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현재 추가로 확인해 심사 중인 대상자도 10여명이 넘는다. 육군 인사사령부는 이처럼 한 명의 ‘무공훈장’ 수훈자라도 더 찾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해 온 홍성태 면대장의 공로를 인정하여 2009년과 2011년에 인사사령관 표창을 수여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재향군인회의 추천으로 지역 국회의원의 포상도 받았다. 홍 면대장이 최근에 찾은 수훈 대상자는 김도현(85세) 옹이다. 김 옹은 이름과 군번에 기록이 잘못되어 지금까지 수훈 대상자인 줄 모르고 살아왔다. 김도현 옹의 도(燾)가 수(壽)로 기록되어 수훈명부에는 김수현으로, 군번은 1640번인데 1648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홍 면대장은 전화번호와 마을 이장을 수소문해 한자가 비슷한 김도현 옹을 찾을 수 있었다. 수기로 기록된 군번의 오기도 검증해 실수를 인정받아 수훈 대상자임을 확인했다. 김도현 옹은 1948년 입대하여 6‧25전쟁이 발발하자 3사단에 소속되어 초산전투와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했으며, 김 옹이 기억하기로는 “당시 훈장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나, 이후 훈장이 나오지 않아 나는 아닌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훈명부에 기록된 인적사항의 오기로 인해 60여년 동안 화랑무공훈장 수훈 대상자인 줄도 몰랐던 것이다. 홍 면대장으로부터 훈장 수훈자라는 사실을 들은 김 옹은 “너무도 기쁘다. 그리고 찾아줘서 고맙다”며 지난 60여년의 고달픈 삶의 역정 때문인지 눈물을 흘리시기까지 했다고 한다. 홍성태 면대장은 “수훈 대상자를 찾아가 과거 군 생활의 경험담을 듣고 이분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와 수훈 대상자와 함께 울었던 적도 많았다.”며 “지금까지 얼마나 찾아 드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찾아드려야 하는냐가 더 중요하다. 수훈자 대상자의 일생에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을 때, 너무 늦은 것 아닌가하는 죄책감도 든다.”고 말해 그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6월 25일(월)에 경북 영덕군에서는 6‧25전쟁 62주년을 맞이하여 그가 찾은 김도현(85세)‧박재채(84세) 옹 등 생존해 계신 2분과 이미 작고하신 42분의 ‘무공훈장’을 유가족에게 60여년 만에 수여할 예정이다.
홍성태 축산면대장이 21일(목) 무공수훈자인 김도현 옹(85세)을 찾아 6‧25참전 당시 활약상을 듣고 있다. 김 옹은 당시 육군 3사단 소속으로 초산전투 및 흥남철수작전 등에 참여하였으며, 대대원 전원이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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