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구·경북지역 주력산업인 기계·자동차부품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매출 감소와 수주절벽이 겹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상 최악의 불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가 기업의 운전자금 수혜를 어렵지 않게 하고, 코로나19로 단절된 수주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DGM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경북 지역의 기계·자동차부품 업체 상당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50%가량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대구·경북의 기계·자동차부품 기업 20여 개 사를 전화로 모니터링 한 결과다.

자동차부품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과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 감소로 납품 물량이 줄었고, 기계 업종은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한 설비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세관이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대구·경북의 수출 실적 가운데 ‘기계와 정밀기계’는 8.8%, ‘수송 장비’는 9.7%씩 각각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곧바로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 칠곡군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 A사 관계자는 “출하 물량이 평소 대비 40%가량 줄면서 유동성이 나빠져 기존의 대출 이자를 갚는 것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현 상황도 비관적이지만 앞으로의 수주 절벽을 더욱 염려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국내외 영업활동이 마비되면서 신규 수주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규 수주가 없으면 경영난 악화로 이어질 것은 명확하다.

김교승 DGMC 해외마케팅본부장은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서 납품까지 기계는 3~6개월, 자동차부품은 2년가량 걸리는데 수주 절벽이 이어지면 업계 외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은 코로나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자동화기기 B사 대표는 “정부의 코로나19 자금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을 찾았는데 다른 기관에 대출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했다”며 “기관마다 서로 떠넘기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받기 어려운 기업이 많다. 직원들의 휴직이나 휴업 시에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에 있는 공작기계 기업 C사 관계자는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고 평소에는 A/S 요청이 많아 휴업·휴직이 어려워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소상공인 245개사를 대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청 기업 중 79.5%가 ‘활용 과정에서 애로를 겪었다’고 답했다.

지역 기업들은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존 대출 유무와 관계없이 긴급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이자 완화 및 만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이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해당 지역의 기업에 한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 외에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수주 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해외마케팅 지원 강화도 무엇보다 절실하다. 올해 상반기 주요 해외전시회와 무역상담회 등이 코로나19로 연기 또는 취소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출장은 물론 바이어 초청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화상 수출상담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해외마케팅,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 전시회나 수출상담회 같은 오프라인 해외 마케팅 지원 사업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해외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한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해외 전시회나 수출 상담회의 참여 기업 수를 늘리고, 자부담 금액도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공작기계 업체 D사 대표는 “기업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