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합니다. 생활터전을 망치는데도 문제가 없다고만 합니다.”

태양광 발전시설 때문에 마을이 덮이게 된 경북 영양군 수비면 발리 1리 일부 주민은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중 12개가 태양광 발전시설 때문에 발생한 가운데 남발한 허가가 이 마을 주민들의 생존권을 아예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에 점령당하게 된 마을은 영양군 수비면 발리 1리(25가구)다. 20일 오후 찾아간 마을은 약 1.5㎞의 골짜기를 따라 주택이 1∼3가구씩 흩어져 형성돼 있었으며 입구에 들어서자 농지 곳곳에 가동 중이거나 공사 중인 태양광 발전시설이 훤히 보였다.

주민에 따르면 가동 중인 태양광 발전시설은 2곳(3563㎡), 공사 중인 시설은 7곳(8,292㎡)이며 허가가 난 시설은 27곳(11만1,354㎡)이다. 이 가운데 마을을 품은 야산에도 13곳(5만6,364㎡)에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가 났다. 이들 시설의 발전 용량은 99∼997㎾ 규모다.

이 마을 태양광 발전시설은 2017년 3월까진 2곳만 설치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를 장려하면서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허가가 급증했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차량 1대가 겨우 다니는 마을 길 바로 옆은 물론, 주택을 빙 둘러싸고 허가 난 곳도 있었다.

주민 변모(여·51) 씨는 “처음엔 수로공사나 농지정비를 하는 줄 알았는데, 태양광 발전시설이 자꾸 들어서서 영양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니 대거 허가가 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업자들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마을 일대에 농지가 있으나 고령 등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이들을 상대로 ‘깜깜이’ 임대하거나 매매해 그동안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일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외지인들이 여전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시설이 모두 들어서면 환경 훼손은 뻔하고 복사열 등으로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영양군에 민원을 제기하고 설치 반대 서명부도 제출했다. 또 일부 주민은 태양광 발전시설이 없는 곳으로 이주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양군 관계자는 “법적 걸림돌이 없어서 허가했다”면서 “이 마을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설 곳은 모두 허가가 나서 추가 설치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군은 주거지역, 주거 밀집지역(10가구 이상) 부지 경계에서 200m 밖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이 마을은 듬성듬성 있는 주택 주변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허가됐다. 야산에 허가 난 태양광 발전시설도 정부가 2018년 경사도 기준을 25도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한 산지관리법 시행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