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부 취재지원서비스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7개국의 브리핑제도와 정부내 기자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브리핑실이 아닌 별도의 기자실을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 3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정홍보처가 개방형 브리핑제도 도입 4년을 맞아 국내외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취재지원시스템의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추진한 국내외 취재지원서비스 실태조사 결과다.


대부분 OECD 국가 기자실 없이 브리핑실만 설치·운영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정부 내에 기자실을 두고 있지 않으며 대통령 비서실이나 총리실 등 핵심부서를 중심으로 브리핑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총리)실에 브리핑실이 설치되지 않은 국가들은 의회브리핑실(영국 호주 캐나다 헝가리 등 내각제 국가)이나 언론단체건물(독일)을 이용하고 있다.

영국·캐나다·호주·덴마크 등 내각제 국가들은 대부분 의회에 기자실이 있고, 뉴질랜드는 언론사가 의회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5층 규모의 독립된 미디어센터가 설치돼 있으며 스웨덴은 공동기자회견장을 운영 중이다.

	미 국무부 인터뷰실.

기자실이 있는 나라도 우리와는 사정이 많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자실이 존재하는 미국에선 국무부 국방부 법무부 농무부 교통부 등 5개 기관에만 브리핑실이 설치돼 있으며, 기자실은 국무부와 국방부 법무부 3개 기관에만 설치돼 있다. 기자실도 매체 영향력과 출입경력 등을 감안해 정부기관이 일부 출입기자에게만 좌석 배정여부를 결정한다.

이탈리아는 총리실에 통신사 기자들 중심으로 6명 정도만이 상주하고 있다.

예외적인 경우는 일본이다. 일본은 거의 전 부처에서 ‘기자클럽’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국경없는 기자회(2004년 연차보고서)와 2001년 나가노현의 탈기자클럽 선언 등 국내외로부터 기자실의 폐쇄성과 투명성 결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처럼 정례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13개국이며 미국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5개국은 외무부와 국방부 등 주요 부서를 중심으로 정례브리핑이 실시되고 있다.

정례브리핑이 끝난 후 기사작성은 △기자실(미국 일본 이탈리아) △브리핑실(아일랜드 그리스 체코) △의회 내 또는 인근 언론사 사무실(영국 독일 뉴질랜드 덴마크) △각 사가 별도의 사무실 운영(벨기에 핀란드) 등 다양한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선진국에서는 장·차관급 브리핑 문화가 정책돼 있으며 영국의 경우 국장급 이하 실무공무원들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이 관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와 호주는 각료만이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과 인터뷰를 하고 차관이나 대변인은 확정된 비정치적 사안에 대한 배경설명 정도만 하고 있다. 미국에선 장관이나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담당한다. 


                            기자들 사무실 임의방문은 모든 국가가 불허

	미 국무부 브리핑실 전경.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취재와 인터뷰는 공보관실을 경유해야 하며 기자들의 사무실 임의방문은 모든 국가가 불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전약속이 돼 있을 경우에는 접견실 등을 이용한다.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헝가리 등에선 공무원이 사전협의 없이 임의로 취재에 응하는 경우 서면경고나 내부 징계조치가 가능하다.

OECD 국가들의 취재지원시스템은 무엇보다 견제와 균형, 투명성에 기초하고 있다.

독일에선 정부와 언론의 상호견제와 균형을 위해 사단법인 연방기자회견협회가 별도로 건물을 임차해 정부 대변인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브리핑은 외신을 포함한 모든 언론에 개방해 언론의 자유와 의견을 다양성을 보장하고 정언유착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기자협회빌딩(national press building)에서 브리핑을 실시한다. 미국의 경우 브리핑 시설이 없는 정부기관은 연방기자협회(national press club)에서 브리핑을 실시한다.

스페인은 1975년 프랑코 총독 사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기자실을 폐지했으며 취재자유를 대폭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부-언론관계를 정립해나가고 있다.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언론의 취재는 보도자료와 기자회견, 브리핑, 인터넷,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필요시에는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활용한다. 미국에선 브리핑을 중심으로 충분한 질의응답을 통한 보충취재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상례다.

영국과 캐나다 등 내각제 국가는 총리와 각료들의 의회 질의답변이 TV로 중계되고 회의 후 각료들이 일부 의회기자들과 수시 인터뷰(캐나다 Media Scrum, 호주 Doorstep interview, 영국 lobby briefing 등)를 갖는다.


프랑스, 정례브리핑과 전자대변인제 병행 운영

프랑스 외무부는 정례브리핑과 함께 주3회 전자브리핑(월 수 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등록된 기자가 자기 ID로 질문을 보내면 전자대변인이 질의한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답변하는 형태다.

우리나라처럼 거의 모든 부처가 브리핑실과 송고실을 설치, 운영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실태조사 결과 정부중앙청사와 과천·대전합동청사 및 13개 단독 청사에 모두 37개의 브리핑실과 송고실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합동청사의 경우 부처별로 송고실이 나뉘어져 있고 매체별로 좌석도 지정돼 있다. 중앙청사와 과천청사에는 TV기자실이 별도로 설치돼 있으며 경찰청의 경우 본청과 14개 지방경찰청에 브리핑실을 설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대검과 중앙지검, 광주고검에 3개의 브리핑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이후 송고실이 기자실화

특히 개방형 브리핑제가 도입됐지만 애초 송고실 목적으로 설치한 브리핑실 등에 상주기자들의 고정좌석이 배치돼 있어 사실상 출입기자실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중앙행정기관에 등록한 기자는 모두 3162명이며 청사 출입증을 교부받은 기자는 1395명, 실제 상주기자는 48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출입기자실 문화가 유지되면서 사실상의 기자단과 간사제도도 계속 운용되고 있다.

기자단 간사는 주로 기자들을 대표해 엠바고(보도시점제한)를 협의하거나 풀기자를 구성하는 역할과 기자단 운영경비 집행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엠바고 파기시 기자단 회의를 거쳐 송고실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2006년 말 현재 중앙행정기관의 월 평균 브리핑 횟수는 6.6회로 나타났으며 외교부와 재경부 환경부 등 주요 부처는 장·차관의 정례브리핑이 실시되고 있다.

국정홍보처 안영배 차장은 22일 브리핑에서 향후 취재지원시스템 개편방향과 관련,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시기상으론 이번 달 중에 발표하긴 힘들 것 같고 다음달로 넘어갈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은 국정홍보처가 조사한 선진국들의 브리핑 현황과 취재지원시스템을 요약한 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