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상생의 ‘윈-윈’ 정책
[정책리포트] 행복도시
땅 크기는 서울시의 절반이다. 하지만 그 땅 위에 사는 사람 수는 서울시보다 20여배 더 적다. 도시의 한 가운데는 여의도보다 더 큰 공원이 자리잡고, 도시 주위로는 띠 모양의 도로가 나 언제 어디서는 20분 안에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 준다. 아이들은 학급당 20명 안팎의 교실에서 교육을 받고, 어른들은 자전거 등을 이용해 회사로 출근한다. 보육시설도 충분해 직장에 다니는 여성도 스스럼없이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

	행복도시 중심행정타운은 수평으로 펼쳐지는 캔버스형 도시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19일 국제공모작 중 (주)해안건축 윤세한팀이 제출한 ‘FLAT CITY, LINK CITY, ZERO CITY’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충남 연기·공주 일대에 들어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세종’의 미래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다. 오는 2012년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등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2부4처2청의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이 옮겨간다. 인구도 점차 늘어 2030년께에는 모두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80년 전 황무지였던 호주의 캔버라가 행정수도로 지목된 뒤, 이상적 계획도시로 거듭난 것처럼 ‘아름다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서쪽에는 정부 기관이 들어서는 ‘중앙 행정타운’이 마련된다. 동쪽에는 의료·복지, 북쪽에는 첨단지식기반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남동쪽에는 대학연구단지가 조성돼 대덕연구개발 특구와 연결된다. 남서쪽에는 시청 등 도시행정 타운이 조성된다. 또한 이들 지구는 동그란 띠 모양의 도로로 연결되며, 첨단 간선급행버스(BRT) 등을 통해 교통체증 없는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다. 도로 주변에는 20여개의 마을이 조성된다. 착공은 오는 7월, 지방의 행복한 변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오는 7월 ‘첫마을’부터 ‘행복 공사’ 시작

정부는 오는 7월 ‘첫마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첫마을’은 도시 내 조성되는 주거단지로, 약 1.1평방키로미터, 7,000세대 규모이다. 유승화 행복도시건설청 차장은 “기존 개발방식과 달리 토지를 원형 그대로 공급,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자연친화적이면서 미적인 요소가 고려된 다양한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행복도시 공사를 도시기능의 도입 시기를 고려해 개발범위를 초기 활력단계(2007~2015), 자족적 성숙단계(2016~2020), 완성단계(2021~2030) 등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할 계획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행정·공공기관 입주자와 관련 산업 종사자 등 9만 명의 신규 인구가 유입되고 이에 따른 고용창출 인구만도 11만 명에 달해 2020년께 행복도시에는 모두 30만 명이 거주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또 도시완공 단계인 2030년에 이르면 행복도시 관련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로 20만 명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50만 명의 정주기반이 마련된, 명실상부 자족형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구 수 증가에도 불구, 주거지 밀도는 1㏊당 300명 내외 수준으로 조정돼 쾌적한 생활 환경을 유지한다. 경기도 분당(614명/㏊)의 절반 수준이다.

■ 두 차례 위헌시비 속 당초 취지 반감, 아쉬움도

하지만 이같은 ‘순항’에 이르기까지 행복도시가 겪은 우여곡절은 결코 적지 않았다.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과 수도권 일각에서 ‘행정도시특별법은 수도를 분할하는 것’이라든지, ‘국가 주요정책사항으로 국민투표에 붙여야한다’는 주장 등을 내세워 두 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큰 사회적 논란이 인 것도 사실이다.

2003년 12월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불거진 천도론으로 사회적 혼란이 커지면서 급기야 2004년 7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그 해 10월 관습헌법 위배 등을 이유로 들어 위헌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중단없는 추진을 위해 대안을 마련키로 하고 11월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005년 1월 ‘행정특별시안’, ‘행정중심도시안’, ‘교육과학연구도시안’ 등을 유력대안으로 압축해 국회특위로 넘겼다. 여야는 협의를 거쳐 2월 △법안의 명칭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정하고 △정부 예산 규모를 최대 8조5000억원으로 축소하며 △효율적 추진을 위해 건설청을 설치한다는 후속대안 마련방향에 합의했다. 3월 2일 특별법안이 재석 177인 가운데 158인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 후속법안에 대해서도 6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11월 24일 각하결정을 내림으로 행복도시 건설사업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마침표를 찍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행정수도의 당초 목적과 취지는 위축돼 ‘반쪽자리 수도’라는 아쉬움도 남겼다. 그러나 수도이전(행정도시)은 균형발전이라는 전체적 틀로 봐야할 사안이며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로 보면 왜곡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지역간 대결로 보면 안되며 전체적으로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이 묶여 있는 문제로 보고 풀어야 하는 것이다.

■ 수도권 과밀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한 큰 걸음

행복도시 건설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으로 극심한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국가불균등 발전으로 왜곡됐던 국토이용을 바로잡기 위해 추진되는 국토재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단순한 의미에서의 ‘지방 살리기’가 아니라 서울·수도권 사람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균형발전 정책인 것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대한민국의 블랙홀이다. 전체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2005년 현재 전국인구의 45.9%가 살고 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인구밀도로 따지면 일본의 2배, 프랑스의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국토면적의 단 2%에 불과한 수도권내 과밀억제권역에는 전체인구의 39.1%가 집중돼 있다.

수도권에는 또 중앙행정기관의 100%(403개), 공공기관의 85%(344개), 100대 기업본사의 91%, 벤처기업의 72.1%, 주요 대학의 64%, 제조업체의 57%가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지역은 국가 경제력의 56.2%, 전체 금융거래의 67%, 전체 조세수입의 71%를 독식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수도권 밖의 지방은 젊은 인재와 돈과 희망이 떠나가는 황폐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우성이다.

	2006년 1월 열린 행복도시건설청 개청 기념행사.

통계에 따르면 지금도 우리나라 20대 인구 3명중 1명은 서울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해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학생 수는 대략 5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이 사용하는 등록금과 생활비는 어림잡아 5조원에 달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본과 권력은 기업을 부르고, 이들 기업에 수많은 인력들이 몰려들면서 다시 수도권이 확대 재생산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을 수립했다. 전국을 ‘7+1’의 경제권역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별 특성에 따른 자립적 발전을 그 추진 전략으로 삼아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이다. 그간 불균등 발전으로 왜곡됐던 국토이용을 바로잡고, 도시공간구조를 다핵·다극화한다는 뜻이다.

이 계획으로 10개의 혁신도시, 6개의 기업도시, 각 지방의 혁신 클러스터가 구축되면 우리 국민에게 아름답고 쾌적한 새로운 생활공간이 제공될 것이다. 생활공간의 수준을 바꾸는 것이며 대한민국에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충청권의 역할은 행복도시를 중심으로 인접지역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광역교통망 등 연계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국가중추관리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주변도시의 배후지원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행복도시 건설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민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도시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켜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모범도시를 조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행복도시는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상생과 도약’을, 지속가능한 모범도시 측면에서 ‘순환과 소통’을, 도시 미래상 측면에서 ‘공생의 도시’를 그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과감한 추진이 최선

법적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행복도시로 가는 길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행복도시 ‘첫마을’ 사업의 착공이 눈앞인데도 여전히 사회일각의 반대여론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중앙집권이냐’ ‘지방분권이냐’는 국가정책 패러다임상의 중대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향후 우리사회의 발전방향을 가늠하는 서로 다른 철학과 전략이 상호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도권 과밀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국가불균형 문제를 계속 방치하면 ‘사회적 양극화’에 더해 ‘지리적 양극화’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정책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행복도시 건설은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상생의 윈-윈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