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시대 수산업, 그리고 어촌] 한미FTA 시대의 수산업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아젠다(DDA) 출범 후 세계는 일상적 무역전쟁 시대를 맞았고, 최근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일반 산업분야를 넘어 농·어업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까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해양수산부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 수산어업의 자생력 확보방안과 정부-어업인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이은 해수부 차관

지난해 7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Pascal Lamy는 농업분야 협상이 더 이상 진척되지 않자 WTO보다 강력하고 진보된 형태의 무역질서가 필요하다며 2001년 11월부터 시작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다자간 협상보다는 특정국가간 이익에 따라 시장을 개방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세를 이루며 세계무역질서를 급격히 재편해 왔다. 최근에는 세계교역을 주도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190여 건의 FTA 협정이 체결되었으며 전 세계 교역량 절반이상이 FTA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일찍이 동방의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수출입을 주무기로 출발해 현재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구가하고 있으며 해외무역에서 GDP의 70%이상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FTA 조류에 합류해야 함은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 4월 칠레를 필두로 2006년 3월에는 싱가포르, 2006년 9월에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를 체결했고 현재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과 협상중이다.

지난 2일 8차례의 FTA 협상 끝에 타결한 한·미 FTA는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미국의 시장규모는 약 1조7000억 달러로 일본, 중국, 아세안 시장규모를 모두 합쳐도 이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따라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수산업 수출 2위, 수입 5위 미국

한·미 FTA가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되지만 농수산업 분야에서는 피해가 없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산 분야의 경우 한국산 수산가공품의 수출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값싼 미국산 수산물이 늘어나게 된다는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수산업은 어느 수준일까?
우리나라 어업생산량은 세계 제13위(180만t)로 수입 10위·수출 20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명태, 청어, 연어, 대구, 가자미, 게, 새우 등 연간 약 500만t을 생산해 수출 세계 2위, 수입 5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 수산물의 수출입 교역량은 약 39억달러로 수출 11억불, 수입 28억달러다. 이중 대미 교역량은 총 8만4000t(2.5억달러)으로 2만1000t(1억달러)을 수출하고 6만3000t(1.5억달러)을 수입하여 약 5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번 협상에서는 밀고 당기는 싸움 끝에 우리나라에 불리한 수산물 관세 철폐 등을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일부 품목에서는 미국측의 수입규제를 해제토록 함으로써 새로운 수산물 시장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 만큼 이번 협상결과는 국내 수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미 FTA 협상결과 수산물 분야의 타결내용과 이에 따라 국내 수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민감 품목 양허관세 유예기간 충분히 확보

이번 협상의 핵심인 수산물 양허관세에 있어서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는 품목은 단계별(즉시, 3년, 5년, 10년)로 관세를 철폐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최대한 확보하여 냉동명태 15년, 냉동민어·냉동넙치·냉동고등어 등은 12년 동안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토록 해 그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1997년부터 전 품목에 대한 수입 자유화를 추진해 농산물에 비해 비교적 낮은 관세구조를 유지해 온 수산물은 이번 FTA 타결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감 품목의 경우 관세 유예기간이 오기 전에 경쟁력 제고대책을 마련해 시장개방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다.

또 미국측에서 제기한 관세 특례인정 배제요구에 대해서는 우리측 주장대로 조정관세 인정, 관세감면 및 환급도 유지키로 했다. 아울러 미국은 수협을 일반 보험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금융감독기관의 관리를 받도록 요구해 왔으나 FTA가 아닌 별도 채널을 통해 논의하되 금융감독기관의 지급기준은 협정 발효 후 3년간 유예키로 했다.

우리측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활넙치의 대미 수출방벽으로 작용해온 캘리포니아주의 양식산 활넙치 크기규제(22inch 이상만 판매 허용)를 해제토록 요구한 결과, 미국은 원산지 증명서 및 태그(Tag) 부착 등을 통해 양식산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후 규제를 철폐키로 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 활어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설현대화 등 수산업 시스템 개조에 전폭적 지원

정부는 우선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수입증가로 영향이 있는 품목에 대하여는 현행 FTA지원특별법에 의거 소득감소분에 대한 소득직불금을 지급하고, 경쟁력을 상실하여 폐업이나 감척을 희망하는 경우 폐업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직불금 제도는 수산업 자생력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자원관리형, 환경친화형, 공익기능유지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입수산물과 국내산과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도, 맛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선도 유지설비, 운송수단, 유통·가공 및 마케팅 기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원양어업에 대해서는 노후선박 설비교체 및 급냉시설 개조 등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어획물의 공동운반·판매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고등어, 오징어 등 연근해어업에 대해서는 활어운반선 도입 등 활선어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상가공 포장설비 및 에너지 절약형 집어등 개발 등을 도울 계획이다. 또 넙치, 볼락, 뱀장어 등을 생산하는 양식어업을 위해 해상운송 기술 및 수출지원을 강화하고 친환경적 양식시설 보급 등 생산성 제고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수입수산물은 대부분 냉동품인 반면 선어가 대부분인 연근해산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나갈 계획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찬반양론 속에 진행돼온 한·미 FTA협상은 이제 종료되었다. 이번 협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많은 과제를 안겨주었다. 이제부터는 타결된 내용을 근거로 우리 수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함은 물론 이번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마련하는데 전력투구할 때이다.

어떤 이는 위기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세상의 모든 성공이 위기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다. 우리민족이 지금까지 험난한 위기를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듯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이은 해양수산부 차관 (leeeun0808@momaf.go.kr)